12일 차 — 장례식장에서 삶과 죽음을 마주하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약을 바꿔서인지 잠을 조금은 더 푹 잔 느낌. 이모부 상으로 증상을 느낄 새도 없었음.

오늘은 원래 진단서를 짜~잔 펼쳐내고 병가를 선언하며 회심의 일침(?)을 날릴 예정이었습니다.

적어도, 계획은 그랬죠.

하지만 세상일이란 늘 뜻대로 되지 않기 마련.

계속 몸이 좋지 않으셨던 이모부께서 돌아가시면서, 저는 회사 대신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행 KTX.

대학생 때부터 정말 여러 번 탔었지요.

당시에는 서울에서만 실시됐던 HSK 고급시험, 각종 취업시험,

그리고 취업 후에는 출장이나 고향 방문을 위해

수많은 기대를 안고 오르던 열차였습니다.

복잡한 서울 지하철에서는 길을 얼마나 많이 헤맸는지요.

수원행 열차를 타고는 인천은 언제 도착하냐고 묻고,

방향을 몰라 한강 다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건넌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은 아주 노련하게 안대와 이어폰, 물까지 챙기고

서울역에서도 한 번에 길을 찾아 장례식장까지 무사히 도착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손을 부여잡고,

장례식장이지만 반갑게 안부를 나누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지금의 제 스트레스와 우울은

작은 턱이나 조약돌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어쩌면, 그 작은 턱에 걸려

저는 삶의 속도에서 튕겨져 나올 수도 있겠지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장례식장.

저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눈물보다는, 지인들의 반가운 미소가 좋을 것 같은데요.

오늘 제가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면, 이모부께서 서운해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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