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 -너는 혼자서 잘 하니까라는 말의 무서움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장례식장에서 쪽잠을 자서인지 평소보다 더 깊이 잠들지 못함. 장례식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적인 불편을 느낄 틈도 없었음.


이모부의 장례식장에서 약 3주 만에 엄마, 아빠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저는 일찍이 독립해서 살고 있거든요.

뭐, 부모님이 일주일에 한 번쯤 집에 들르시다 보니 같이 사는 줄 아는 분들도 많지만요.


그래도 최근엔 저도 바빴고,

이모부가 편찮으셔서 엄마가 자주 서울을 오르내리셨던 터라

얼굴을 본 지 3주나 되었더군요.


오늘 아침, 출관을 앞두고 친척들과 북어국으로 식사를 하던 중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너희 엄마가 끓인 북어국이 훨씬 맛있다.”

저는 담담하게 말했죠.

“난 기억이 안 나는데, 엄마가 끓인 국을 먹은 지 10년은 된 것 같아서.”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해요.

외삼촌이나 외숙모가 편찮으셨을 때, 이모들이 아플 때,

항상 반찬이며 국, 죽까지 정성껏 만들어 나르곤 하셨어요.

엄마는 최고의 이모이자 숙모이자 동생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다들 우리 엄마와 아빠부터 찾지요.


그런데 정작 저는, 엄마가 해 준 따뜻한 밥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국을 좋아하는 저지만, 엄마는 요리하기가 싫다며 국은 잘 끓여주지 않으셨어요.

어쩌다 끓여줄 때면, 하기 싫다는 표정과 말투를 숨기지 않으셨고,

일부러 맛없게 만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죠.

반찬은 시장 반찬으로 대신하거나,

혼자 사는 제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야채를 한가득 쌓아두고 가셨고요.


그래서 저는 사 먹는 밥보다 집에서 끓인 김치찌개나 미역국을 더 좋아하지만,

부모님과는 늘 외식을 했고

“반찬은 버리니까 제발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아 달라”고 항상 부탁하곤 했어요.


이종사촌 오빠들은 엄마가 오면 밥도 해 주고,

집안일도 도와줘서 큰 힘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멋쩍게 웃으며 말하셨어요.

“너는 혼자서도 잘하니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사람들은 저에게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혼자서도 잘하니까.”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엑셀을 다루고, 글을 쓰고, 밥을 할 줄 알았던 걸까요?


처음부터 혼자서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수많은 도움 요청에 아무도 응답해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버텨내며 몸으로 익힌 것뿐이에요.

살아남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혼자서도 잘하니까”

이 말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그리고 가장 무서워하는 말입니다.


그 말 뒤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유리 벽 너머에서

혼자 벽을 두드리며 울고 있는 제가,

그리고 저와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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