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상 : 4시간 잠. 마음이 불안해서 잠이 잘 안 옴.
내일은, 병가를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날입니다.
사실 저는 바보예요.
평소에는 조리 있게 말도 잘하고, 이치도 따지는 편인데
정작 내 이익을 지키는 일에는 늘 서툴죠.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모르면 어때, 나는 내 마음에 떳떳한데.’
늘 이런 식이었어요.
지금도 가끔 만나는 예전 회사 팀장님은 저를 보면 이렇게 말하시곤 했죠.
“저 저 바보, 세게 생겨가지고는 속은 물러터져서
혼자 일 다 하고, 끙끙 앓고!”
내일 병가를 신청하면, 사람들은 아마도
저를 앉혀놓고 취조하듯 묻겠죠.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 거야?”
그럼 저는 조용히 속으로 대답하겠죠.
혼자서 사업을 기획하고,
혼자서 긴 터널 같았던 계약 과정을 준비하고 (관공서 계약은 정말 복잡하더군요.)
혼자서 계약을 진행하고, 홈페이지의 모든 메뉴를 만들고
혼자서 기자단 운영을 위한 모든 규칙을 만들고
혼자서 신문을 기획하고, 신문을 만들고
혼자서 민원 전화를 받고,
혼자서 발대식을 준비하고…
이렇게 끝없는 마라톤을 달려왔는데,
“여기 몇 글자 바꾸면 좋겠네.”
“이거 계약 규정 맞는 거야?”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
늘 발목을 잡는 팀장님과,
“우리 애는 열심히 했다고요!”
늘 우리 아이 최고론을 내세우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수많은 보고서와 전표 처리를 하며
저는 완전히 지쳐버렸어요.
이제는 껍데기만 남아서,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조차 모르겠어요.
내일은 또,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너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렇게 탓하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어떤 말로 그 굴욕을 견뎌야 할까요?
그래도 이번엔, 사표를 던지고 도망치진 않으려고요.
저는, 적어도 병가를 얻을 자격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