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 - 병가신청서를 내고 펑펑 울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4시간 정도 잠. 병가 신청서를 낸 후 회사의 반응에 마음이 무너져 내림.

드디어, 병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팀장, 주무, 그리고 저와 가장 밀접하게 업무를 나눈 동료 한 명.

그 세 사람 앞에서 진단서와 업무 인수인계서, 예산안 및 집행 내역까지 꺼내어 놓고

담담하게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달간 쉬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사실 저로선 큰 타협이었습니다.

의사도, 제 몸도 두 달을 쉬라고 말했지만,

그간 함께 일한 게 아깝지 않냐는 사람들의 말에,(솔직히 저는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한 달만 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제게 “몸은 좀 괜찮냐”는 말을 건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신 그들은 마치 취조하듯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1. 내년 예산은 어떻게 할 거냐?

: 제가 이미 작성해둔 예산 엑셀 파일이 있음에도, 모른척 하더군요.

자기들은 행정직이라서 이런 것이 전문이면서요.

저는 "블랙아웃이 와서 더는 못 하겠다"고 하고, 지난해 자료를 보내주 주었습니다.

(수식을 다 지우지 못한 것이 천후의 한입니다!)

2.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할 거냐?

: 연초부터 수차례 제출했던 계획안을 그 누구도 읽지 않았다는 듯 되묻더군요.

7월 활동은 다 준비해두었고, 이후 일정도 인수인계서에 써 두었습니다.

그런데도 "뭘 더 하느냐"는 말에 "하고 싶으면 직접 해보시라"고 했습니다.

3. 방학 특강은 어떻게 할 거냐?

: 업체와 이미 협의된 내용이 있었지만, "인기 많으면 골치 아프다"며 자기들끼리 왈가왈부.

그러더니 정작 "왜 계약에 안 넣었냐"고 저를 탓했습니다.

그렇게 가르쳐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는데요.

다 취소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내 몸 상태에 대한 관심은 단 1도 없이

그저 ‘하고 가라’, ‘남겨라’라는 말들만 쏟아졌습니다.

저는 바보처럼, “금요일까지만 더 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탐방취재가 있었거든요.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8월 계획도 세우고, 신문도 기획해서 넘기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저의 마음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더는 좋은 마음을 쏟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업체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다가,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이모부 장례식장에서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쏟아졌습니다.

사람의 말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비수가 되어 마음을 찢기도 합니다.


당신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저는 완전히 마음이 떠나버렸습니다.

그게 바람이었나요?

“이제 프로그램도 다 짜놨으니, 당신은 필요 없다”고요?

(심지어 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웃기지 마세요.

이 정도 성과는, 저는 어디서든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능력은 제가 갖고 있는 것이지,

이 조직이 준 게 아닙니다.


저는 체력도, 심력도, 마음도 다 잃고 떠나지만

당신들은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글을 읽는 여러분은 부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먼저 돌보세요.

그렇지 않은 결과는 저처럼 되기 쉬운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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