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 차 - 주부 습진에 걸리다

고무장갑 발명자님께 경의를 표하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불면증과 간헐적 이명 증상 지속.

밥 먹고 낮잠을 자면 뇌 회복에 좋다는 유튜버 의사의 말을 따라 낮잠을 청했더니… 밤보다 더 잘 자버림.

(문제는, 과연 밤에도 잘 수 있을까?)


요즘 날씨, 정말 숨이 턱 막힐 정도죠.

에어컨을 만든 캐리어 님께 이 자리를 빌려

노벨평화상과 노벨 의학상을 비롯한 온갖 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저는 한 명의 찬양 대상을 더 찾았습니다.

바로 고무장갑을 발명한 분입니다.


‘주부습진’이라는 말, 제 인생과는 전혀 무관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집에서 요리도 거의 하지 않으며,

설거지라고 해봐야 물컵 몇 개 닦는 수준.

세탁은 세탁기, 건조는 건조기, 청소는 청소기.

운동화나 조금 난이도 있는 세탁물은 무조건 세탁소에 맡기는 사람인데…


그런 제게, 그 증상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아직은 손가락 군데군데 각질이 벗겨지는 경미한 수준이지만요.


병가 중 집밥을 자주 먹다 보니 설거지 횟수가 늘었고,

유튜브를 보다 갑자기 눈 뜬 ‘운동화 세척법’과 ‘화장실 반짝이는 청소법’ 덕분에,

제 손은 락스와 구연산, 온갖 세제를 마주하게 되었죠.


집안일의 필수품, 고무장갑을 무시한 게 큰 패착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번거려워서 고무장갑을 잘 끼지 않거든요.

피부는 말없이 저항하다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발 그만해 줘! 너 원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 아니잖아!

아니면 제발 고무장갑이라도 좀 껴 줘!"


그리하여 오늘 저녁, 저는 드디어 고무장갑을 장착했습니다.

요즘 고무장갑, 왜 이렇게 잘 나왔죠?

안감이 부드러워 고무 특유의 껄끄러움도 없고 착용감도 최고입니다.

이게 바로 ‘장비 발’이라는 거구나 싶더군요.


가만 생각해 보면,

저는 일도 고무장갑 없이 해 온 것 같습니다.


보호 장비 없이, 마음의 완충지대 없이,

그저 무턱대고 뛰어들어 헤쳐나가며 버텨 왔던 거죠.

결국 손끝 피부처럼 마음도 갈 데까지 가서야,

마구 비명을 질러된거죠.


아, 마음에도 고무장갑을 껴야하는구나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오늘 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글을 쓰며

에어컨을 만든 캐리어 님과,

수많은 주부의 손을 살린 고무장갑 발명자 님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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