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5년째 동거 중입니다>를 펼치며
하루에 한 번, 자기 전에 약을 먹는다. 약의 개수는 상태마다, 병원을 다녀올 때마다 다르지만 현재는 두 알을 먹는다. 처음에는 아침과 취침 전 약을 먹다가 졸음이 몰려오는 탓에 1일 1회로 투약 시기를 바꾸었다.
나는 정신의학과에 다니고 있고,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치료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울증을 겪게 된 시기는 꽤 오래전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제대로 진단받지 않았으나 우울증 의심 증상이라고 하는 테스트나 나의 기분 상태는 흔히들 말하는 ‘정상’과는 다른 궤도를 걷고 있었으니까.
나는 10대일 적 청소년일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왔으나, 제대로 된 약물치료를 해본 적 없이 상담을 받아 가며 제 나름대로 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한 감정변화가 아닌 ‘정신질환’이었고, 좀 괜찮아졌다 싶어 방심할 즈음 소리 없이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이제까지 왜 정신의학과에 가길 망설였는지,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난 후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의 과정까지도 이 책에 세세하게 담을 예정이다.
또한,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일시적이나 단기적으로 꾸준히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자퇴 이후로는 약 1년간 장기적인 상담을 받아왔는데,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들과 감정 변화 역시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가며 찬찬히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상담을 통한 나의 변화 역시도.
10대 시절에는 현실을 살아가고 싶지 않아 자살 충동이 들 만큼 감정이 격렬하게 끓어올랐던 우울증이었다면, 20대가 되어 겪은 우울증은 삶의 의지와 재미를 잃어버린 무력감을 느끼는 무기력증에 가까웠다.
우울증이라 하여 단 한 가지 증상만 보이는 게 아니며,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단어 아래 수많은 증상과 장애들이 존재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이러한 증상들을 설명해드릴 순 없지만, 최대한 경험자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건, 우울증은 이겨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예전의 나보다 확실히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입맛이 살아나고 잠이 잘 오고 전보다 걱정을 덜 하게 되는 지금의 삶에 제법 만족하고 있다. 완전히 불안과 우울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괜찮을 거라는 안도감과 희망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각자가 느끼는 우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말고, 진솔하게 적힌 감정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그저 한 권의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독서에 임하길 바란다. 단지 우리는 좋아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 그 한 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집필한 목표는 충분히 이루었다고 본다.
그러니 모두,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우울과 5년째 동거 중입니다>는 주 1~2회 연재로 이루어집니다.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에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