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우울증, 넌 뭐야?

1장. 우울증과의 첫만남

by 나은진








우울증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처음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증상을 언제, 어떻게 깨달았을까?



지식백과에 따르면,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라고 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우울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정신 치료적 접근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즉,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거다.


중세 시대에는 우울증의 원인이 뇌의 문제라고 생각해 멋대로 뇌 절제 수술을 하기도 했고, 고문을 통해 환자를 되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엉뚱한 의료법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은 대중적인 병으로 인식되지 못했고, 정신의학과나 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그 사람을 ‘비정상인’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점차 침울해지면서 우울증은 사람들과 점점 더 가까이 가닿게 되었다. 덕분에 우울장애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러나 여전히, 치료를 위해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타인에게 떨떠름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코로나 블루(우울)’라는 사회적 우울증을 뜻하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는데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점이 있다면,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감’은 우리가 평소에도 느낄 수 있는 일시적인 우울한 감정을 뜻하고, ‘우울증’은 지속적이고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질병에 해당한다. 의학용어로는 ‘우울 장애’라는 단어가 맞지만, 대중들에게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니 두 단어를 혼용해 쓰고자 한다.


내가 처음 우울증을 만나게 된 시기는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우울하고 슬프고 학교에 가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우울증’이라고 여길 만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우울감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고등학교 생활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우울감이 찾아왔다.



당시 나는 작가라는 장래 희망을 이루기 위해 문예창작과 입학으로 진로를 정해둔 상태였고, 입시를 위한 교과 공부와 진로를 위한 글쓰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정신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공부도 중요하지만, 입시에서는 실기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했다.


하지만 꼬박 열 시간을 넘게 붙잡혀 있어야 하는 학교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란 무척 힘들었다. 십 분 남짓한 쉬는 시간에는 방금 끝마친 수업의 필기를 하거나 다음에 있을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점심시간이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은 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 글쓰기에 심혈을 기울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주말 역시 과제나 수행평가를 대비해야 했다. 나름대로 공모전과 백일장에 도전하기 위해 밤을 새워 글을 쓰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무리한 스케줄을 이어가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다. 주말 내내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



물론 나만큼, 혹은 나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이어나가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생활과 진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벅찼고,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갈수록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몸이 힘들어지고 불안해지니 자연스레 정신 역시 흐트러졌다. 학교생활에 의욕이 없어지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지친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하지만 갑자기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며 억지로 살아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휴식이 간절히 필요한데도 본인을 벼랑 끝에 몰아넣으니, 급기야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자살 방법을 찾아보는 상태가 될 즈음에야 내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학기 초 진행했던 정신건강진단 테스트에서도 고위험 판정을 받아 따로 상담을 받고 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단순한 상담과 일시적인 프로그램만으로 나아지지 않는 내 심리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 당시의 내 문제의 원인은 ‘학교’였고, 나는 자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울과 5년째 동거 중입니다>는 주 1~2회 연재로 이루어집니다.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에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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