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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Dec 02. 2022

청소년도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충청북도청소년근로보호센터 청소년인권기자단 사설 칼럼








청소년들은 공부하는 것이 업무의 일환이자 직업이라고 생각되는 사회이지만, 청소년도 노동자가 될 수 있다. 그들도 근로를 한다.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사람은 ‘학생’이지 청소년이 아니다. 이번 SPC 계열사 작업장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근로자도 후기 청소년에 속하는 나이였다.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202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1년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여기서 후기 청소년을 포함한 청소년 고용률은 무려 50.5%에 해당한다. 덧붙여 21년 중고등학생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자그마치 5%로, 중학생 100명 중 2명과 고등학생 100명 중 8명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는 셈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제외한 일반 기업 취직률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근로 현장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의 근로 참여와 관심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근로 환경과 인식은 여전히 저 아래에 머물러 있다. 청소년의 노동은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외면하는 한낱 용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며 더러는 생계유지를 위해 학업 대신 일자리를 택한다는 동정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청소년의 ‘정당한 노동’은 당연한 정의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당신 주변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중인데도.



부끄럽지만 나도 짧게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 한 달도 미처 채우지 못한 요식업 보조 아르바이트였으나 굉장히 험난했던 짧은 시간이었다. 사장에게 손재주나 요령이 없다고 윽박 당하고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고 끝내는 일방적으로 잘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게 의무다. 근로기준법의 기초 중 기초에 해당하는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이행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쓰지 않아도 된다며 작성을 거부하거나 며칠 수습 기간을 지켜보고 작성하겠다는 식으로 작성을 미루는 상황은 흔할 만큼 흔하다. 게다가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은 스스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기도 한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정당한 근로와 수당이 지급되면 모를까, 수당 지급이 밀리는 것은 물론이요 일부러 제시한 시급을 깎거나 일한 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며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도 흔하다.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휴게 시간과 초과 수당을 주고 싶지 않아 근로 시간을 기준 시간보다 단축해 일을 시키는 경우도 다분하다. 이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청소년들이 근로를 이어가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거절하면 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 청소년의 노동은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가. 수많은 노동자 인권 중에서도 천대받고 외면당하는 청소년의 노동권. 세간의 인식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에서는 각 지역에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설치하고 노동인권교육과 상담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아직은 인지도가 부족해 센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도움을 받고자 하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길 바란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권리가 아직도 인정되지 않는 오늘날, 점차 사라지고 있는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세상은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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