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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Dec 12. 2022

청소년은 모두 미성숙한가

[2019 충북꿈드림 청소년단 칼럼]




2019 충북 꿈드림 청소년단 '노크텐텐' 청소년 칼럼'








나는 현재 직업역량강화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직업역량강화프로그램이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직업체험 사업이다. 1단계로 진로 적성검사 및 간단한 면담을 거치고, 2단계부터는 직업체험에 들어가기 전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3단계부터 실전으로 작업장 또는 직장에 가서 직장체험을 시작하고 그에 따른 수당을 받게 된다.



사회복지 분야로 직업역량강화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나는 현재 3단계인 직업체험 중인데, 지난날 나의 직장인 충청북도청소년진흥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보조하러 함께 대원대학교에 다녀왔다. 청소년지도사들을 위한 강연 및 교육회를 진행하며, 대원대학교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어떤 복지가 필요한가에 대해 짧은 토론이 이어졌다. 양 팀의 주제는 각각 ‘만 18세 선거권’과 ‘청소년을 위한 복지 시설 증진’이었다.



만 18세 선거권을 주장한 팀에서는 청소년들이 미성년자, 즉 성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을 미성숙하다고 판단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가져야 할 5가지의 권리 중 참정권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소년을 위한 복지 시설을 주장한 팀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 외에 자기 계발 및 취미 생활, 친목 등을 다질 청소년 센터와 수련관 등의 복지 지설이 부족하다며 청소년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 더 많이 개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팀의 주장과 근거는 모두 합리적이었으며 두 이야기가 모두 정답인 토론이었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청소년을 위한 복지 시설 증진이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만 18세 선거권이 더 우선적으로 청소년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권이 주어지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많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들이 청소년의 표를 받기 위해 청소년 복지에 관한 공약을 늘어놓을 테니 말이다.



많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며 정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예상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정치를 잘 알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등 대통령들이 추진한 정책의 문제나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지면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와 관심은 크게 늘어났다.



개중에는 어른들보다도 정치에 더 관심 있는 청소년들도 많으며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정책을 제안하고 언론과 인터넷, SNS를 통해 따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등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OECD 34개 회원국에서 만 18세 선거권이 없는 국가는 오직 한국뿐이다. 다양한 국가들이 청소년들에게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의 경우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부터 만 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대통령 모의 투표가 진행되기도 하였으나 어른들과 사회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청소년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어른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며 만 18세 선거권과 그에 따른 필요성을 외치고 있기는 하다.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만 18세 선거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거권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나이 제한을 낮추자는 개정안은 다수결로 통과되었고 내년인 2020년에는 만 18세 청소년들이 투표할 권리가 생기기를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만 18세 선거권은 머지않아 실현될 성공적인 일이지만, 이제껏 결혼과 국방의 의무, 운전면허 허용, 주민등록증 발급 등의 모든 제한들은 풀어놨으면서 왜 선거권을 주지 않았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단순히 청소년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는다면 결혼과 운전면허 허용 등도 거부해야 할 것이며, 미성숙하다는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기에 함부로 기준을 정할 수 없다.



청소년은 모두 미성숙하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대답을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른들은 모두 성숙한가? 이 또한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청소년들과 어른 모두 성숙과 미성숙을 구분 짓지 못하면서 이제까지 청소년들을 미성년자(판단 능력이 불완전하므로 본인의 보호와 거래의 안전을 위해 무능력자로 취급받는 사람)로 전부 판단했다니 우스울 지경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더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데 중요한 의견이 될 것이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선거권을 받지 못하고 정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늘어놓아도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는 어른들의 지적을 받은 청소년들이 더 자신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밝히고 목소리를 높이길 바란다.



만 18세 선거권이 생기면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과 복지 시설, 복지 혜택 등이 더 늘어날 거라고 장담한다. 청소년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이 다양한 공약을 걸고 정책을 늘릴 것이며 청소년 시절 선거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계에 진출하여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실행할 거라 생각한다.



사회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슬슬 세대를 교체하고 새로운 정권을 들일 시기가 되었다.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 나아가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만 18세 선거권이 하루빨리 시행되길 바란다.






현재는 만 18세 선거권이 인정되었으며 '만' 나이가 사라진다고 하죠.

느리지만 천천히 발전하고 있는 사회가 퇴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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