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진 Aug 08. 2023

'근로계약서'가 뭐길래

[2023 충청북도청소년근로보호센터 청소년 인턴 2기]


2023.08.02

충청북도청소년근로보호센터 청소년인턴 2기

동양일보 프리즘

나은진 기자









올해 성년이 된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매 주말마다 4시간씩 키즈카페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돌보고 운영을 보조하는 업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근로계약서 작성했어?”였다. 동생은 고개를 저으며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고, 나는 “작성해야지. 그게 법인데.” 라고 대꾸했다.


순간 말해놓고도 아차 했는데, 나 역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막 스무 살이 된 1월, 갓 성년이 된 나는 스스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을 뒤져가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렇게 처음 구한 아르바이트는 흔한 요식업 가게였는데, 첫 대면 시 사업주에게 근로계약서라는 말을 꺼내자 ‘수습 기간이 지나고 나서 작성할 거다’라며 작성을 미루었다.


근로 계약 시에는 반드시 계약서 작성과 최저시급 이상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던 나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대답이었다.



최저시급 절반에 미치는 수습 비용, 예정된 근로 시간보다 더 일하거나 덜 일하는 날도 있었다.


코스 요리를 담당하는 곳이라 그런지 한 테이블이라도 순서가 뒤바뀌면 정신이 없었고, 당시 술의 이름을 잘 몰라서 소주, 맥주가 아니라 브랜드 이름을 말하면 헷갈리는 경우도 다분했다.


사업주는 결국 수습 기간이 지난 뒤 나를 해고했다.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니 해고라는 말은 사실상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2022년 충청북도 청소년 근로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근로 청소년의 30.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했다. 


그 외 구두로만 근로조건에 관해 이야기를 듣거나 문서를 작성하였어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각각 14.6%, 17.1%에 달했다. 


청소년 100명 중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은 청소년은 고작 38명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을 받고 일한 청소년은 12.1%에 달하고 주휴수당, 휴게시간 미보상 등 부당한 경험을 당한 청소년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부당 대우를 당한 청소년의 58%가 대처 없이 참고 계속 일하는 것을 택했는데, 왜 청소년들은 이러한 조건에도 참고 근로를 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리 계약 관계라지만 부당행위를 저지르는 사업주에게 근로 청소년이 개인적으로 항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경우 기관의 도움을 빌려 신고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알고 있는 근로 관련 도움 기관 중 절반 이상이 ‘고용노동부’를 알고 있다고 택했다.


특히 설문조사 대상이 청소년인 만큼 ‘충청북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도 31.5%에 달했으나, 아직 청소년근로보호센터 및 근로권익센터에 대한 인지도는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충청북도근로보호센터의 청소년 인턴으로 일하면서 청소년 근로와 관련된 부당사례와 기사들을 여럿 봐왔다.


재정비 된 법과 센터의 설립 등 정부는 다방면으로 청소년의 근로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실상 근로 실태에서는 법적 배경이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의 강화와 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더욱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노력을 뒷받침해줄 사회의 관심 역시 커져야 할 것이다.



정당한 근로를 위해 그까짓 근로계약서 한 장, 사소한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먼저 작성을 요구하자. 그 종이 한 장이 후일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달라지는 청소년 근로정책,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