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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Jan 24. 2024

나영이가 아영이에게 해주는 말

4회기, 인형을 활용한 역할극




이번 상담 차시에는 갖가지 사람 인형을 활용해 역할극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나의 이야기.

되고 싶은 나와 되어야 하는 나로 나누어 인형을 정하고 이름도 지어준 뒤 자세도 취해주었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십 대 청소년의 나영이 '하고 싶은 나'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삼십 대 초반의 아영이 '해야 하는 나'

누워 있는 나영이와 앉아 있는 아영이는 가까이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눈다.

내가 직접 나영이와 아영이의 역할을 연기하며 대사를 주고 받는 것이다.



아영이는 나영이에게 먼저 말을 건다. 

"매일 놀기만 하면 미래가 힘들 거야."


하지만 아직 아이에 불과한 모습을 보이는 나영이는 낙관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좋은 걸, 그리고 미래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


"지금은 괜찮지만 나처럼 나이를 먹으면 힘들 거야.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해."

"하지만 너는 지금 안 행복해 보여."


나영이의 반박에 아영이는 잠시 침묵했지만, 이윽고 대답한다.

"맞아. 지금은 불행해. 하지만 사람은 매일 행복할 순 없어. 그래도 나중엔 다시 행복해지겠지. 그럴 거라 믿어."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인형에게 대입해 나눈 대화들이다.

인형을 활용해 스스로 대입해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어색했지만,

사물의 입을 빌려 소리내어 내 생각을 말해본 적이 없었으니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역할극의 마지막에는 상담 선생님이 아영이가 되어, 나영이가 아닌 나에게 물었다.


"나한테 해준 위로와 격려를 너 스스로에게 해주면 안 되는거야?"

"쉬고 싶으면 쉬어. 그리고 다시 일어서면 되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잖아."



남들에게는 쉽게 위로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왜 나에게는 해주지 못하는 걸까?

마음으론 알고 있지만 머리로는 행하지 못하는 그 이름, 휴식.

단순히 몸의 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푹 쉬어줄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게 잘 안 된다. 휴식도 노력을 해야 취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에너지가 떨어져 지쳐있을 뿐, 

충분히 능력있고 앞으로의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를 격려해주었다.

나를 향한 타인의 긍정적인 말을 빈말로 받아들이지 말고 곧이곧대로 믿고,

내가 나를 좀 더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애의 시작은 믿음부터!




주 1회 상담, 총 6회기의 상담 기록.
'번아웃 극복'을 주제로 한 짧은 상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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