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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May 08. 2024

자기개방은 너무 어려워

뉴-상담 1회기








상담을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든 살아왔더니 달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새 첫 상담 날이네 싶어 주소를 다시 확인해보고 늦지 않으려 노력했다.

깜빡 잠이 들어 정류장을 놓친 탓에 결국 늦어버렸지만……

방심하는 습관은 어떻게 고칠 수 있는 걸까? 또 습관성 자책을 하고 만다.



편안한 분위기의 상담소는 내가 흔히 알고 있던 '상담실'과는 달랐다.

오로지 상담, 혹은 공부만을 위한 공간처럼 마련된 작은 단칸방이 아닌

보다 정돈되어 있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공간...

다만 안면이 있는 선생님과의 재회라 그런지 긴장이 많이 실린 것 같았다.



나를 아는 타인에게 '잘 지내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내겐 참 힘든 일이다.

언제나 남들에게 잘하는 모습, 좋은 모습만 드러내고 싶은 건 반대로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뜻이니까.

타인의 평가가 곧 나를 설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 마른 사슴처럼 늘 인정 욕구를 갈망한다.

남들보다 뒤쳐진 모습을 보이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더 발버둥치는 면도 있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남들보다 앞서가야 할 것, 그럴 듯한 과정이라도 보여줄 것.



상담을 할 땐 언제나 내 상담 이력과 전후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게 앞뒤 설명을 들은 뒤 이야기를 해야 상대가 이해를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과거사부터 가정사를 줄줄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지금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된다 말씀하셨지만,

막상 당장의 상황을 함축해 말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번아웃 상담일기 시리즈의 일축처럼, 결국은 또 번아웃의 연속이다.

취업을 미루면서 그에 대한 불안과 현실을 회피하려는 시도들이

과한 자기착취로 이루어져 다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마는 일.

너무 자주 겪어 이제는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모를 상황 속에서 헤매기를 반복한다.

그러니 괴롭다. 괴로워. 괴로울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척,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어요'를 티 내어 보지만

오히려 진정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대답에 당황하고 만다.

괜찮은 척 나를 숨긴다고 해서 무언가 보상이 있는 것도, 숨기지 않는다 하여 약점이 잡히는 것도 아닌데.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며 꽁꽁 묶어두었던 감정을 하나씩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나 너무 힘들었어요, 못 버티겠어요, 나약하다고 생각해 하지 못한 말들을 비언어적 표현으로 전하며.

살아있으나 간절하지 않고 앞으로도 발버둥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정상이 아니라면,

수 년간 내가 찾고자 했던 정상의 범주에는 언제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내일이면 두 번째 회기의 상담을 앞두고 있다.

다소 풀렸다고 생각한 감정이 또 다시 잠식되고 엉킨 기분과 일과에 멍해지는 기분.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더 자책 하기 싫어 애써 생각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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