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상담 5회기.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누군가 말했다. 우울은 감기 같은 거라고.
하지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요즘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감기라면 내 정신적 면역력은 얼마나 약한 것일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꾸준히 약 먹고 상담을 받으며 관리하면 최악의 사태는 면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울은 감기보다는 비염에 가까운 것 같다.
늘 지니고 있지만 예민해지는 시기가 다가오면 상태가 더 심각해지는.
지난 주 종결 상담을 마쳤다. 가벼운 마음으로 5회기가 마무리 되었다.
첫 상담 시기에 했던 자기 평가와 마지막 시기에 했던 자기 평가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통계적, 수치적으로 내 우울감이 많이 줄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떤 감정, 어떤 생각으로 그리 힘들어했는지
고작 두 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기분이 가물가물하다.
감정도 기분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퇴색한다.
굳이 지난날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곱씹어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요즘은 꽤 괜찮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 현실감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마음도 굳혔고,
방황하고 있던 걸음과 에너지를 한 곳에 확실하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나는 졸업한 2월부터,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남들에게는 백수, 혹은 취업준비생처럼 보일지 몰라도 꾸준히 프리랜서로서
지속되는 원고 마감, 칼럼 작성, 대외활동과 강의 준비를 해왔고
수입이 현저히 적을지라도 내 용돈 벌이 정도는 스스로 충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전업으로 해나갈 수 없다는 불안감,
지속불가능한 불안정한 시장과 기성작가로서의 커리어가 없다는 점,
이른 시일 안에 현실을 깨닫고 9to6의 사회로 나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수 년 전부터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미래가 가까워짐에 따라 우울감이 심해졌을 뿐.
다시 이 굴레에 빠지는 시기가 언젠간 또 찾아오겠지.
그 시기가 너무 이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꾸준히 약을 먹고 힘들 때마다 상담을 받으면서 이겨내고 있지만
아프지 않는 게 가장 특효약이자 예방 방법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 더운 여름,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