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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가레보시 Jun 05. 2023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시네아스트에게


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어떤 문장이 좋을까?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영화란, 카메라로 찍는 것이다.'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 역시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영화의 하위 장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은 카메라의 권위에 도전하여, 그와 비슷한 지위를 얻어내었지만, 결국 동등해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움직임을 구성하는 셀을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디지털 공정으로 전환된 21세기에 들어서는 카메라로 대신 컴퓨터로 스캔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역시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메라의 권위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카메라를 영화의 유일신으로 두고, 그 하위에 있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하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차이는 표현의 제약의 유무다. 현실 세계를 촬영하는 실사 영화에는 필연적으로 표현의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CG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에 그칠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에 그러한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곧바로 그려내기만 하면 된다. 두 번째 차이는 감상의 차이다.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은 실사에 비해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비유를 활용해 보자면, 모에 만화의 애니메이션화와 실사화의 감상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말 뛰어난 실사화가 아닌 이상 대부분 애니메이션화 쪽을 쉽게 포용하고, 감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리뷰할 히라오 타카유키 감독의 영화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는 그러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영리하게 이용하여 영화의 본질과 요소를 표현해 내고, 끝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헌사를 바치는 작품이다. 영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는 한다. 촬영, 각본, 편집. 히라오 타카유키 감독은 이 세 가지 본질들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각화한다. 전의 이야기를 기억해 보시라. 애니메이션은 무엇이든 그려내어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 '무엇이든'에는 관념 역시 포함된다. 히라오 감독은 촬영, 각본, 편집이라는 세 가지 본질들의 정의와 감상을 화면 속에 그려내어 표현한다. 각본을 읽은 주인공의 감동, 주인공이 영화를 촬영하며 느끼는 모든 것, 주인공이 영화를 편집하며 겪는 고난들은 전부 다양한 방식들로 그려져, 화면 속에 구현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화 연출들은 영화의 세 가지 본질들 중 촬영에 해당한다. 촬영, 각본, 편집이라는 세 가지 본질들을 시각화하고, 그려내고, 촬영해 내어 화면 속에 구현해 낸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영화는 그 세 가지 본질들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는 세 가지 본질의 뒤에서 암투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프로듀스, 연기, 투자 등 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서 두 번째 본질인 각본이 등장한다.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의 각본은 뒤에서 암투하는 수많은 요소들의 이야기를 전부 놓치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감독을 끝까지 믿고 동분서주하는 프로듀서의 이야기도,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향하여 달려가는 연기자의 이야기도, 드디어 이루어내고 싶은 꿈을 발견하여 투지를 불태우는 투자자의 이야기도 전부, 각본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의 끝에는 사랑이 있다. 모두가 간직한 꿈의 이야기는 끝내 하나가 되어, 최종적으로 주인공인 감독이 사랑해 온, 영화라는 예술로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이제 오직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 한 사람이 바로 폼포 씨다. 이제 이 영화의 제목이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인 이유에 대한 감이 오셨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인 이유는, 영화를 너무 좋아하지만, 정작 마음만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폼포 씨가 처음으로 영화에 진정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을 맺는 영화의 이야기는,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처음으로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영화는 무엇인가요?' 그 순간,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모두가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폼포 씨가 된다.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네필이 된다.

 

마지막 본질인 편집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요소들을 훌륭하게 화면 속에 배치해 낸다. 실제로 나는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를 감상하며 모든 부분에서 감탄했지만, 그중에서도 크게 감탄했던 요소가 바로 편집이었다. 다양한 화면 전환의 순간에 독창적으로 나타나는 편집들은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크게 올려주었고, 하이라이트인 편집실 시퀀스에서는 극중극과 현실이 적절히 교차되는 편집을 통하여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째서 편집이 영화의 세 가지 본질 중 하나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사실 촬영만큼 중요한 것이 편집일지도 모른다. 단일 시각 속에서 주어진 사실만을 촬영하고, 이를 길게 늘어놓기만 했던 과거를 지나, 편집으로서 다양한 시각들을 조명해 내었기에 영화는 독창적인 예술 분야로 인정받은 것이니까.

 

총평

애니메이션과 실사는 철저히 다른 세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세계는 영화를 통해 동일해진다. 세상에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 만큼, 수많은 실사 영화가 있다. 물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화는 실사 영화겠지만, 실사로는 결국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에 그런 제약은 없다. 무엇이든 그려내어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의 최대 장점이다. 히라오카 타카유키 감독의 영화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는 그런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본질을 보다 노골적으로 화면에 투영해 내는 작품을 실사로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가능하다. 그 이유에는 무엇이든 그려내어 표현하면 된다는 까닭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까닭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의 감상과 실사를 대한 관객의 감상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는 그러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영리하게 이용하여, 영화의 본질과 요소를 표현해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본질과 요소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촬영, 각본 편집으로 대표되는 필수 요소부터, 감독, 프로듀서, 배우, 스태프 같은 제작 인력들까지... 수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감정, 마음이 아닐까? 그런 감정과 마음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하나가 된다. 따라서, 나는 최종적으로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상영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상영회의 끝에서,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네아스트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움직이는 수많은 폼포 씨들은, 스크린을 향하여 크게 외친다. ‘영화,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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