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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가레보시 Oct 01. 2023

BanG Dream! It’s MyGO!!!!!

카메라에 포착되는 아름다운 백합의 순간들


나는 <BanG Dream!> 프로젝트의 팬이다. 정확히는 팬이었다. 모바일 게임 <BanG Dream! 걸즈 밴드 파티!>가 한국에 상륙했던 2018년부터 영화 <BanG Dream! FILM LIVE 2nd Stage>가 공개된 2021년까지, 나는 <BanG Dream!> 프로젝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조금씩 식어갔다. TV 애니메이션은 전부 망해버렸고, 대책 없이 새로운 밴드만을 런칭하는 현 상황에서 내가 <BanG Dream!> 프로젝트에 대한 사랑을 지속할 이유는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방영된 <BanG Dream!> 프로젝트의 신작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 It's MyGO!!!!!>는 나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식어가고 있던 프로젝트가 부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단발적인 것일지 앞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 It's MyGO!!!!!>는 한 가지 큰 단점에도 불구하고 끝내 훌륭한 작품이다.

 

각본

사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에 그다지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BanG Dream!>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파멸로 이끌었던 각본가 아야나 유니코가 또다시 각본을 맡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의 방영이 3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아야나 유니코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밴드들의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국 어떤 밴드의 이야기도 제대로 그려지지 못한 채 전부 무너져버리고 마는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하게 달랐다. 아쉬웠던 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대한 아쉬움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뒤에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BanG Dream! It's MyGO!!!!!>의 각본은 준수했다. 하나의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우면서도 허망할 뿐이다. 진작에 그러했다면 프로젝트가 위기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 It's MyGO!!!!!>의 각본 구조는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방영되었던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의 이유로 밴드를 결성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이 있고, 그리하여 결성된 밴드가 활동을 지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우리는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여야 한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르는 음악과 백합이다. 여기서 음악은 걸즈 밴드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고, 그 음악 장르로 구성되는 각본 구조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백합만이 남는다. 즉, 백합이라는 장르가 바로 우리가 집중하여야 할 대상인 ‘벌어지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점점 클래식의 반열에 들고 있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케이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은 필연적으로 멤버들 간의 관계를 매력적으로 묘사하여야 한다. <BanG Dream! It's MyGO!!!!!>는 이에 백합 장르를 활용한다.

 

타카마츠 토모리, 치하야 아논, 카나메 라나, 나가사키 소요, 시이나 타키라는 다섯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밴드 ‘MyGO!!!!!’의 관계는 백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밴드의 방향을 지켜보고 중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라나를 제외하고 보아도 나머지 네 명의 멤버들이 구성하고 있는 백합 관계는 상당히 짙어 보인다. 여기서 잠시 백합 장르의 장단점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백합은 사랑, 혹은 사랑에 가까운 여성 캐릭터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장르인 만큼 적절히 활용한다면 여성 캐릭터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백합으로 구성된 관계는 편의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단점 사이에서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아낸 작품이야말로 훌륭한 백합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BanG Dream! It's MyGO!!!!!>는 그러한 면에서 호평과 혹평이 뒤섞일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백합을 편의주의적이면서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일어난다. 가장 대표적인 갈등만을 꼽아보아도 토모리와 아논의 갈등, 아논과 타키의 갈등, 타키와 소요의 갈등, 소요와 아논의 갈등 등이 존재하며, 이외에도 밴드가 나아갈 방향과 토가와 사키코를 둘러싼 다양한 내외적 갈등 역시 존재한다. 백합은 이러한 갈등들을 해결하는 편의주의적인 도구이다. 어떤 갈등이라도 백합의 영향 하에 만들어진 추격 장면이나 신체 접촉 장면 등이 등장하면 금세 해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청자들이 백합이라는 장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합 장르에서라면 이 정도의 갈등 해결 방식은 괜찮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편의주의의 적절한 활용이 항상 호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백합 장르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에 속한 태작마저 호평할 수는 없다. 백합의 정수를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화 <리즈와 파랑새>처럼 편의주의적이지 않은 걸작 역시 분명 존재하니까.

 

여기서 잠시 백합에서 멀어져 보자.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아쉬움은 편의주의적인 백합의 활용이 아니다. 결국 하나의 밴드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바로 ‘BanG Dream! It's MyGO!!!!!’라는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아쉬움이다. 나는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애니메이션이 훌륭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의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각본가 아야나 유니코는 큰 틀에 있어서는 이 호평의 이유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틀에서 조금씩 탈선과 복귀를 반복한다는 점에 있다. 아야나 유니코의 독단인지 부시로드의 결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개인적으로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 밴드인 ‘MyGO!!!!!’가 아닌 ‘Ave Mujica’라는 다른 밴드의 이야기로 빠져버리고 말 때가 종종 있다. 정확하게는 ‘MyGO!!!!!’의 결성에 관련되어 있는 밴드 ‘CRYCHIC’의 탈주 멤버 토가와 사키코의 존재와 행보가 ‘MyGO!!!!!’와 ‘Ave Mujica’의 사이에서 훼방을 놓는다.

 

‘MyGO!!!!!’의 결성 과정에 ‘CRYCHIC’와 토가와 사키코의 존재가 관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토가와 사키코의 등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Ave Mujica’라는 새로운 밴드를 런칭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홍보를 위하여 그녀를 필요 이상으로 등장시켰다는 것에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MyGO!!!!!’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러한 애니메이션에서 토가와 사키코와 ‘Ave Mujica’의 존재가 필요 이상으로 드러나버리고 마는 것은 결국 주객전도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종화를 끝맺는 존재마저도 ‘MyGO!!!!!’가 아닌 ‘Ave Mujica’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예고로 등장하는 충격적인 토가와 사키코의 몰골이다. 이에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키코는 ‘CRYCHIC’의 추억이 담긴 악곡을 연주하고 있는 ‘MyGO!!!!!’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은 추억으로부터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으로 ‘Ave Mujica’의 결성을 암시하는 선에서 등장을 끝마쳐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을 호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편의주의적이라고 비판했던 백합에 있다. 물론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편의주의적이다. 하지만 갈등 해결 이후 밴드의 관계를 강화하고 확정 짓는 단계에서의 백합은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섯 명의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백합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그 시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갈등 해결 과정의 백합은 편의주의적인 것이 맞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최종적인 백합 관계만큼은 훌륭하다. 'MyGO!!!!!'의 백합 관계는 일대일 대응 관계가 아닌 일대다수의 관계이다. 가령, 아논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토모리와 엮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요와 타키와도 백합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멤버들의 관계를 어수선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대다수의 백합 관계로 밴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는 플롯을 통하여 어수선함은 극복될 수 있었다. ‘MyGO!!!!!’는 불협화음의 마음을 가진 밴드이다. 백합은 그런 밴드의 마음을 조율하여 화음을 내도록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백합은 편의주의적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인 관계 확립에서의 백합은 서로의 과거와 상처를 보듬어주고 함께 화음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도우미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애니메이션의 백합을 최종적으로는 호평할 수 있다. <BanG Dream! It's MyGO!!!!!>의 백합은 ‘MyGO!!!!!’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깊게 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결성되는 과정이 아니다. ‘MyGO!!!!!’가 결성되는 과정은 갈등의 해결 과정과 같다. 그러나 밴드의 결성 이후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의 백합 관계는 최종적으로 남은 앙금을 어느 정도 봉합하여 하나의 밴드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 미아라도 나아가기로 결정한 토모리, 구심점이 되기로 한 아논, 보금자리를 찾은 라나, 토모리에게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타키, ‘CRYCHIC’를 잊을 수 없음에도 ‘MyGO!!!!!’의 정체성을 조금씩 새로이 받아들여가는 소요의 마음은 백합으로 드러나고, 끝내 하나가 된다.

 

연출

연출은 그러한 백합 관계를 영상으로서 표현해 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3D CG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보다도 카메라의 앵글을 효과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산지겐은 훌륭한 제작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산지겐만큼 3D CG 애니메이션에 통달한 제작사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지겐은 3D CG 애니메이션의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할지 알고 있다. 그 사실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3화와 작품 내에 등장하는 모든 라이브 장면들이다. 3화 ‘CRYCHIC’은 토모리의 1인칭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독특한 탓에 언제나 혼자였던 토모리가 사키코의 주도로 작사라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밴드를 결성하여 멤버들과 마음을 나누며 라이브에도 성공하지만, 결국 영문도 모른 채 해체라는 결말을 맞게 되는 과정을 1인칭 시점을 통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그녀의 심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토모리의 시선이 되는 카메라는 끝없이 강조된다.

 

‘CRYCHIC’ 멤버들과 보내는 일상은 토모리의 시선을 대변하는 카메라를 통해 미화되어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시청자는 토모리가 되고 ‘CRYCHIC’이 된다. 동시에 난생처음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토모리의 마음도, 토모리의 가사를 읽고 눈물 흘리는 사키코의 마음도, 노래방에서 선뜻 나서 노래를 부르는 무츠미의 마음도, 토모리의 재능에 감명받아 활동을 결심한 타키의 마음도, ‘CRYCHIC’라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은 소요의 마음도 전부 시청자의 것이 된다. 그러한 마음들은 ‘CRYCHIC’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합주에 이르러 폭발한다. 연출적으로는 1인칭 시점으로 인하여, 심리적으로는 자신을 믿지 못하여 줄곧 등장하지 않았던 토모리의 모습이 그녀가 노래하며 거울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하여 완전하게 등장한다. 토모리는 ‘CRYCHIC’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토모리는 이제 멤버들의 모습을 돌아본다. 모두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연주하고 있다. ‘CRYCHIC’은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카메라의 앵글이 토모리의 시선을 떠나 ‘CRYCHIC’을 비추려 하는 순간 ‘CRYCHIC’은 영문도 모른 채 무너지고, 카메라는 다시 토모리의 1인청 시점으로 고정되어 그녀가 마음을 닫아가는 순간을 촬영한다. 그리하여 시청자는 토모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어떻게 토모리의 마음에 ‘MyGO!!!!!’라는 정체성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인지에 대하여 기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MyGO!!!!!’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라이브 장면들의 연출에 대하여 이야기하여야 할 차례이다. 산지겐은 라이브 장면만을 통하여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정립하고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궤변을 실현시키는 놀라운 연출력을 지닌 제작사이다. 나는 적어도 교토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그런 제작사를 본 적이 없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라이브 이전에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충분히 이야기한 다음 무대 위에서 이를 발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산지겐은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정립시킴과 동시에 발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를 가장 아름답게 활용한 장면이 바로 10화의 ‘詩超絆(시초반)’ 공연 장면이다. 토모리가 노래하는 동안 카메라의 앵글은 토모리가 노래를 통하여 진심을 전해야 하는 상대인 소요를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카메라에 포착된 소요는 노래로 이루어진 토모리의 진심을 눈치채고 눈물을 흘린다. 동시에 카메라의 앵글은 줌 아웃되면서 ‘MyGO!!!!!’의 멤버들 전원을 포착한다. 10화의 표면적인 주제는 소요에게 토모리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토모리는 멤버 전원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카메라는 소요를 포착한 다음 곧바로 멤버 전원을 포착한 것이다. 카메라에 포착되어 토모리의 진심과 감정을 이해한 멤버들은 자신들이 얽매여 있던 과거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다섯 명의 관계는 ‘MyGO!!!!!’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거듭난다. 그야말로 ‘얽매임을(絆)을 뛰어넘는(超) 노래(詩)’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을 수 없는 라이브 공연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 It's MyGO!!!!!>의 연출은 카메라라는 영상 매체의 권능을 훌륭하게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호평할 수 있다. 카메라가 포착해 내는 멤버들의 백합 관계는 쓰라리면서도 아름답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공감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 말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요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말일 것이다. ‘MyGO!!!!!’의 멤버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아파한다. 그런 멤버들이 서로를 만나 백합 관계를 이루고 하나의 정체성을 향하여 달려 나가는 모습을 카메라는 아름답게 포착한다. 예술의 목적은 아름다움의 표현에 있다. 따라서 영상 예술의 목적은 아름다움을 어떻게 화면 속에 담아내는가에 달려있다. <BanG Dream! It's MyGO!!!!!>의 카메라는 그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하였다. 아픈 청춘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손을 맞잡아 앞으로 달려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3D CG와 카메라로 충실하게 포착하였고, 화면상에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그래서 훌륭하다.

 

총평

TV 애니메이션 <BanG Dream! It's MyGO!!!!!>는 뼈아픈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밴드인 ‘MyGO!!!!!’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 여러 사정에 의하여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로 빠져들고 만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백합 관계를 통하여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멤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시하는 각본은 마음에 들었다. 백합 관계를 편의주의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각본의 또 다른 아쉬움으로 지목될 수는 있겠지만, 최종적인 백합 관계는 결국 아름다웠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을 해주고 싶다. 백합 관계로 이루어진 멤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라는 영상 매체의 권능으로 포착하고 표현하는 연출 방식 역시 훌륭했다. 특히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은 라이브 장면을 통하여 멤버들의 감정과 관계를 정립하고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연출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단언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2023년을 대표할 작품들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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