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검 작가 Jul 04. 2024

신이시여, 당신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입니까

헐벗은 몸뚱어리에는 옷을 입혀주고

굶주린 배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더위와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육신에는 집을 마련해 주는데

왜 공허한 마음을 위해서는 채워주지를 않는 것인가

채워주지 않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채워주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한없이 깊어만 가는 공허한 마음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

나의 정신은 예술을 찾고

예술을 통해 창작을 한다.

글이여

그림이여

음악이여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여

너희의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옷이요

정신의 음식이요

영혼의 집이 되는구나

아아

예술, 너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로구나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필요하듯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위해

옷이 되고 음식이 되고 집이 되어주는 대신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고통을 안겨주는구나

창작의 고통이라,

조금이라도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만 있다면

예술,

너희들이 내 정신을 기쁘게 하고 영혼을 춤추게 할 수 있다면

그 고통, 감내할 수 있으리.

저는,

신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를 믿기에

제가 감히 묻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여

예수 그리스도여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이시여

당신들이 한없이 사랑하는 인간들이,

왜 생로병사를 겪고

수많은 인연을 통해

아픔을 겪고 슬픔을 느껴야 합니까.

그리고,

왜 사람을 통해 인류 멸망을 예견하셨습니까

왜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감을 심어주셨습니까

항상 긴장한 상태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셨습니까

나를 용서해야 합니까

남을 사랑해야 합니까

당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삶의 진리는 무엇이고

사람 된 도리라는 게 과연 무엇입니까.

인간이 행복하기를 바라셨습니까

인간이 행복을 찾기를 바라셨습니까

인간이 무엇을 찾기를 바라셨습니까

인간이 어떻게 하기를 바라셨습니까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셨습니까

무엇을 깨닫기를 바라셨습니까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도

신이라는 자격을 부여해 줄 생각은 있으셨습니까

삶이라는 수도를 통해

많은 시련과 아픔과 고통과 슬픔을 겪었던

그런 사람들을 봐서라도

진정으로 군자였다고 인정해 줄 수 있습니까

궁금하고 또 궁금합니다.

어떤 전생의 연이 남았기에

인연에 전전긍긍하고

어떤 업보를 지었길래

끊임없이 공허해하고

채워도 채워도

끝없이 허무함을 느껴야 하는 것입니까

점점 깊어만 가는 새벽에

비구름에 가린 달을 애써 찾으며

오늘도 희망의 빛을 찾고 있습니다.

부디,

지켜보고 계신다면

희망의 빛 한 줄기가

제 삶 전체를 밝게 비춰주는

그런 빛이 되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하며

간절히 바라옵니다.




위 시는 2020년 7월 9일 목요일에 제 블로그에 썼던 시입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알게 된 어느 벗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었던 시이고, 또 저 역시도 마음에 들어 브런치에 글을 올려봅니다. 종종 브런치에 시를 지어 볼 생각인데요, 첫 시로는 이 시를 꼭 올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