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사람을 향한 배려
며칠 전 엄마와 한의원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마침 지하철에는 자리가 있길래 엄마와 난 빈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타고 가고 있었다. 우리가 앉은자리 기준으로 맞은편 오른쪽 대각선 자리는 임산부 좌석이었는데 바로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가 자신의 짐을 거기에 올려두고 계셨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한편으로는 왜 굳이 저기에 자신의 짐을 올려놓으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어느 역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탑승하셔서 임산부 좌석에 조심스레 앉으시려고 하는데 바로 옆 아주머니(임산부 좌석에 짐을 올려두신 분)와 그 옆에 줄지어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 분들이 거기 앉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임산부석에 앉으시려고 했던 아주머니께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느낌으로 흘끗흘끗 눈치를 보시며 일단 임산부석 의자 끄트머리에 살짝 걸터앉으시기만 했다. 그랬더니 바로 옆 아주머니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제가 곧 내리거든요?
제가 내리면 이 자리에 앉으세요.
이렇게 말씀하셨던 옆 아주머니는 실제로 곧 도착하는 역에 내리셨는데 그전에 의자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 전에 뒤로 힐끗 쳐다보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나는 그제야 이 옆 아주머니께서 왜 임산부석에 자신의 짐을 올려놓으셨는지 알게 됐다. 그녀는 임산부석이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배려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뿐 아니라 그녀 옆으로 쭉 앉아계시던 다른 아주머니 분들도 같은 이유에서 처음에 임산부석에 앉으려고 했던 아주머니에게 만류한 거였다.
누군가는 이런 광경을 보고 오지랖을 부린다거나 혹은 그래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말이다. 자신의 짐을 둠으로써 다른 누군가가 앉지 못하게 하는 모습은 조금 인상 찌푸릴 수 있는 광경일 수 있으나 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와 마음가짐을 들춰보면 꼭 이해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래서 사람은 겉모습 또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즉,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