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풀지 못한 스트레스
아이고, 선생님!
여기, 여기 부위가 전부 꽉 막힌 거 느껴지세요?
보통 이 부위는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많이 막히거든요.
이게 뚫려야 목과 어깨 아픈 것과 소화 불량인 게
조금씩 풀리고 좋아질 수 있어요.
엄마의 직장에서 우연히 괜찮다고 추천받은 한의원에 엄마와 같이 방문하게 되었다. 오늘로써 세 번째 방문인데 내가 진료를 받은 지는 두 번째 되는 날이다.
한의사 선생님은 나의 몸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보시고 내가 좋지 않은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마사지를 하듯 만져주셨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눌리는 곳마다 대부분 너무 아팠다. 그 정도로 나의 몸은 좋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확인 차 눌러보신 가슴 정중앙이 가장 아프고 갑갑했다.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은 내게 위와 같이 말씀해 주신 거였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라 여기가 꽉 막혀 있는 거라고. 그래서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여기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꽤 오랫동안 평소에 나는 목과 어깨, 그리고 등이 매일같이 아프고 가슴 중앙 쪽 또한 자주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는 몸의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그냥 사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는 이유로, 그래서 정신적으로 힘든 것에 푹 빠지기에 급급하다는 이유로 내 몸 구석구석 아픈 것에 대해 돌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트레스받는 건 요즘 현대인 대부분은 받는 거니까 나 또한 스트레스받는 건 당연하다고만 여겼다. 나름대로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풀지를 못했다. 아니면 그 순간에만 잠시 괜찮다고 느끼거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잘 없어서 나의 스트레스는 거의 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쌓여갈 뿐이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아요.
내가 의사 선생님께 했던 말이다. 정말이지 사는 게 너무 버겁게 느껴지고 지금 또한 이 생각은 여전하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꽤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내려야 보다 좀 더 현명한 것인지 모를 그런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을 보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자면, 그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못했다. 항상 속에서 천불이 올라왔고 화가 났으며 억울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자주 치밀어 오르곤 했다. 불은 위로 계속 활활 타오르려고 하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려는 성질을 가진 물이 이 불을 다스려줘야 하는데 나는 이런 물을 좀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지 못했다. 울화통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렇게 불이 났다고, 몸에서 SOS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정작 주인인 나는 그 불을 끌 줄 몰라서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냥 방치만 해뒀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의 몸 여기저기를 아프게 했고 더욱 스스로가 답답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꽉 막혔고, 그래서 많이 아픈 상태이지만, 나는 이걸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애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이러다가 제 명까지 살지도 못하고 이승을 떠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정답이 없는 삶이 흥미진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삶으로 인해 더욱 사는 게 힘들고 퍽퍽하고 괴롭고 싫다고 느낄 때가 참 많다. 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하루가 눈앞에 펼쳐지는 게 죽도록 싫을 때도 많다. 그 정도로 나는 스트레스를 더욱 예민하게 받았고 그로 인해 내 가슴은 이걸 비워내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기만 했다.
이런 나의 스트레스를, 그리고 꽉 막힌 가슴은 언제쯤 해결이 되고 언제쯤 풀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