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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31. 2024

조교 인수인계받은 지 여섯째 날

<6> 2024년 7월 29일 월요일

본격적으로 내가 맡아서 시작하게 된 전화 업무. 전화 업무를 맡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늘 이 순간만큼은 참 많이 긴장이 됐다. 솔직히 저번 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이 순간이 안 오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서 어김없이 월요일을 맞이하게 되었고 오늘부터는 전화 오는 것마다 내가 받아보기 시작했다. 만약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알아보고 나중에 다시 연락해 주겠다거나 아니면 전임자에게 전화를 넘기곤 했었다.


한창 연락이 많이 올 시기가 바로 수강 신청 기간. 이때에는 학생들이 가장 연락을 많이 하고 문의 전화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정말 하루종일 배가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무척 긴장을 많이 했다. 혹시나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잘못 말해주면 어떡하지 등 수도 없이 머릿속에서 걱정이 많이 됐다. 중간에 잠시 화장실이 급해서 잠시 나가기도 했는데 화장실에서 한숨 고르고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긴장은 끝이 나지 않았다. 긴장을 덜해야 조금이라도 덜 실수할 텐데…


제가 OO 수업을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정원이 다 차서 그러는데
제가 수강할 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나요?


정말 전임자와 그 주변 사람들 말대로 수강 신청과 관련된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엄청 긴장한 와중에도 전화를 계속 받아보니 질문이 비슷하다는 걸 조금씩 파악하게 됐다. 물론 처음에는 잘 모르다 보니 알아보고 다시 연락 주겠다거나 마침 주변에 다른 학과 선생님이 있을 때면 그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해결하곤 했었다.




제가 이 책(학사 운영 안내서) 보고
나검 씨가 직접 찾아보고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서
대답해주셔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대부분 저한테 넘겨주거나
아니면 물어보고 했었잖아요.
내일은 이 책 보면서 바로바로 답을 찾아서
전화할 수 있도록 해보세요.
그렇게 할 줄 아셔야 합니다.


긴장되는 거 겨우 추스르고 오는 전화 족족히 내가 받아 답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부터 많이 벅찼는데 퇴근할 때쯤에 이런 얘기를 들으니 김이 쫙 빠졌다. 아무리 계속 책을 보며 공부했다지만 어쨌거나 이 업무를 해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버벅거릴 수밖에 없어서 물어보거나 혹은 책에서 찾아보거나 전화를 넘겨달라고 해서 넘긴 것인데 내가 내 선에서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들려서 또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 한 시간 빼고는 분명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면 되는 것인데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져 3시가 아닌 4시쯤에 퇴근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근무 시간은 짧지만 매일 출근할 때마다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로 퇴근을 한다. 아직 주말에도 알바를 하고 있는데 주말 알바는 7시간 근무에 매일같이 서있는 서비스업을 맡고 있어서 몸이 힘들어 퇴근할 때 지친 상태가 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수인계받는 것만 해도 많이 힘에 부친다. 나는 언제쯤 조교 일에 능숙하게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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