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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28. 2024

조교 인수인계받은 지 다섯째 날

<5>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이놈의 긴장감을 내려놓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긴장이 돼서 버스 타고 출근하는 동안에도 잠시만 졸다가 이내 받았던 책자를 계속 되짚어보며 복습하고 살펴보려 노력했지만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집중하지 못하게 했고 자꾸만 공포스러울 정도로 긴장하게 만들어서 글자를 보고 있어도 머리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이번에도 긴장한 채로 학과사무실로 들어섰다. 평소처럼 전임자 옆에 앉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눈치 보며 앉으려고 했는데 전임자가 먼저 입을 뗐다.


오늘도 어제 하던 공부 마저 하시면 돼요.


그 한 마디에 잔뜩 긴장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정도로 긴장하고 오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니 앞날을 내다볼 수 없었고 그저 생각지 못한 경우에 감사하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에 앉아서 봐야 하나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눈앞에 보인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근로 학생 두 명이 먼저 자리 잡고 앉아있었던 터라 나는 그 옆에, 빈자리에 앉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왜 거기에 앉아서 하세요?
저기 옆에 앉아도 돼요.


잠시 후 자리에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던 전임자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머쓱해하며 짐을 챙겨 들고 컴퓨터가 있는 빈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래, 어쩌면 이 자리가 오히려 더 편할지도 몰라.




점심시간이 됐을 때는 무엇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며 편의점과 학교 식당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근처에 있는 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재학생일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도 참 많은 게 변해가고 있었는데 이 가게만큼은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저 아주머니.
여기서는 사람이 바뀌지 않고
거의 혼자 계속 근무하고 계신 건가요?


그 가게가 반갑기도 해서 햄버거를 다 먹고 아주머니께 잠시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네 맞아요.
제가 2013년도에 이 가게가 들어서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일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 졸업생인가요?


와우. 10년 넘게 오로지 혼자서 이 가게를 맡아 지켜오셨다니.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학교 내에서 많은 게 바뀌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이 괜히 반갑게 느껴진 것이다.


네! 저는 14학번이고요,
여기 졸업생 맞아요!
앞으로 종종 찾아뵈러 올게요.


낯선 게 가득한 환경 안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다는 건 꽤나 나에겐 심리적 안정을 주는 듯했다. 나의 욕심이지만, 이 버거 가게만큼은 앞으로 좀 더 오랫동안 이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도 끝나고, 오후 두 시간 근무도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오후에도 계속 공부를 했고 모르는 건 먼저 나서서 질문을 하곤 했다.


전임자는 당장 다음 주부터는 전 재학생들 수강 신청 기간이라 아마 문의 전화가 많이 올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전화 올 때마다 내가 받아보라고 했다. 통화하다가 막히는 것이 있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면 자기에게로 전화 돌리라는 말도 해주었다.


덜컥, 겁이 났다. 동시에 트라우마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말로 전화공포증을 ‘콜포비아‘라고 하던가. 다음 주가 오려면 아직 주말이라는 시간이 이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풀렸던 긴장은 다시 조여지기 시작했다. 불안함과 공포감이 물밀려 오듯 다가왔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전화하는 업무가 너무나도 싫어서 현장직이나 서비스직에서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가 없고 또 앞서서 걱정해 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내 머리와 내 몸과 마음은 벌써부터 긴장 모드로 돌입했다. 나는 과연, 나만의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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