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죄송하지만,
개인사정으로 수요일까지 출근하기가 어려워서
목요일 오후 1시까지 출근 바랍니다.
7월 23일 화요일, 이른 아침부터 인수인계 해주는 전임자에게서 카톡이 왔다. 월요일 하루는 전임자가 연차를 내서 출근하지 않고 쉬었다가 화요일에는 다시 출근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책상 앞에 잠시 앉았는데 이런 톡이 오는 게 아닌가. 잠시 내 눈을 의심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는 내심 기분 좋게 침대에 다시 드러누웠다.
그렇게 지나간 이틀. 그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따지고 보면 월요일 포함해서 3일이나 쉰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목요일은 찾아왔고 나는 오후 1시까지 출근을 했다. 안 그래도 잠 많은데 오늘은 오후에 출근해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을 품고서.
어김없이 또 긴장을 잔뜩 한 채로 출근했고 1시 되기 조금 전에 학과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무엇을 알려주면서 내게 다그치듯 물을까, 이 생각부터 들었다.
저 죄송한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인수인계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
제가 녹음을 하거나 촬영을 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제가 매뉴얼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쭉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남은 시간은 얼마 없는데 인수인계받은 내용은 열에 둘 정도뿐이란 생각이 들어서 출근하자마자 내가 먼저 용기 내서 제안을 했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하는 데다, 긴장하는 만큼 아는 것도 까먹거나 헷갈려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먼저 질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녹음이든 촬영이든 전임자가 내켜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냥 듣고 무작정 수기로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매뉴얼은 전임자가 지금 만들고 있다고 해서 더 이상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늦게 출근한 만큼 늦게 퇴근을 했다. 보통 오전 10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오후 5시에 퇴근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출근했을 때 공문 발송 관련해서 한 번 복습해보고 난 뒤 그 이후로는 전임자 분이 학사 운영 안내서라는 지침서를 제공해 주면서 당장은 이것부터 공부하고 숙지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하여 남은 시간 동안에는 오로지 그 책만 붙잡고 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중간중간에 또 내게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유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히도 공부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틈틈이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다가와 알려주곤 했다. 그전에 내게 다그치듯 알려줬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꽤나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괜히 당황스럽고 낯설었다.
졸업은 약 6년 전에 했지만 입학은 약 10년 전에 한 나. 한창 재학생 시절로 지낼 때도 내 학번 기준으로 위아래로 졸업 요건이 조금씩 다르거나 새로운 게 생기거나 또는 사라지는 게 있을 때였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있는 상태였다. 모든 부분이 새로웠고 모든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데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듯했다.
하루하루 출근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품는다. 하지만 내가 조교 일을 해보기로 했고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중간에 좀 더 일찍,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수없이 고민을 많이 하면서도 나는 출근을 했고 이왕 하는 거 한 번 해보자, 나도 잘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버텨보기로 했다. 너무나도 고민이 많이 돼서 주변에 참 많이 물어도 보고 조언도 구했다. 열에 여덟아홉은 한 번 해봐라, 무슨 일을 하든 처음은 어렵고 서툴다, 일이 익숙해지면 잘할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저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나를 믿어준다는 게 나는 아직 참 어렵다. 성공하고 잘한 것보다 실패하고 잘하지 못한 경험들이 훨씬 많고 그래서 더 주저하게 되고 더 고민하게 되고 더 어렵게 느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 자신을 믿어주지 못했고 믿지 않았다. 또 실패할 거야, 또 잘 못할 거야 하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나를 믿어야 한다. 서툴러도 끊임없이 나를 믿어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도포기 하지 않고 말이다. 설령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 지더라도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나를 믿는 그 힘이 동력이 되어 내가 어떻게든 힘들어도 나아갈 수 있게끔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