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뭇가지가 나에게 안녕을 고했다.
마지못해 으응, 하며 애써 대답했지만
사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못했는데.
나는 아직 떨어질 때가 안 됐는데.
사각사각.
사람들이 네모난 물건에 눈을 고정한 채
다른 낙엽들을 부스르며 지나간다.
나도 곧, 저 낙엽들처럼 밟혀 부스러지겠지.
후두둑. 뚝뚝, 쏴아아 아-
갑자기 빗줄기가 쏟아진다.
나에게 작별을 고한, 나뭇가지 가까이에도
있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빗줄기를 타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흘러가면
영영, 내 부모 같은, 내 가족이었던 나뭇가지를
만나지 못할 텐데.
하지만 빗줄기에 파묻힌 내 눈물은
야속하게 빗물과 함께 떠내려갔다.
이윽고, 비가 그쳤다.
덕분에 나는 눅눅해졌다가
더 빠삭해졌다.
아, 사람에게 밟혀 으스러지기
딱 좋은 날이구나.
잠자코 나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으니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구나.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내가 나뭇가지로
태어날 수 있기를.
밟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납작하고 평평한 게 나를 짓누르는 게 아닌,
따뜻하고 섬세한, 그리고 가녀린 손가락 두 개가
나의 가장 얇은 부분을 잡고 들어 올린다.
단풍이 참 예쁘게 들었네.
책갈피로 꽂아 쓰기 딱이겠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