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리더십

1부. 상담사의 내적 리더십(나는 나를 어떻게 이끄는가?)

by 나검하랑

3. '왜 안 변하세요?'라고 붇고 싶었던 순간


상담을 하다 보면 변화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그건 저도 알지요. 그런데.. 잘 안 돼요.'

그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분노했고, 퇴사를 고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의 순간이 오면 “조금만 더 버텨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패턴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 안에서 이런 문장이 올라왔습니다.

‘정말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신 걸까. 아니면 변화에 대한 의지 자체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제 안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낯설지 않습니다.
초보 상담사일수록 더 자주, 더 강하게 경험합니다.
“내가 제대로 돕고 있는 걸까.”
“이 상담은 왜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력이 쌓인 상담사에게도 이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임감과 전문성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이 정도 통찰이면 이제는 변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조용히 자리 잡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돕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그때 멈추어 묻게 됩니다.

지금 내가 바라는 변화는

'정말 이 내담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상담자로서의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그의 반복된 패턴이 아닌 상담이 진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제 마음의 상황이었음을요.


실제로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퇴사를 하면 경제적 불안이 따르고 갈등을 표현하면 관계가 단절될까 두려웠다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변화지 않는 선택은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왔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 변화하지 않는 선택이 본인에게 득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실까요?'

그는 잠시 침묵을 하더니 이내 말을 했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혼이 났던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 순간 그의 문제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생존전략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복된 패턴은 저항이 아닌 그 만의 생존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상담에서 리더십은 결과를 밀어붙이는 능력이 아닙니다. 변화가 나올 수 있는 안전함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상담자의 조급함은 도움의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잘 다루지 못하면 압박이 됩니다.

변화는 내담자의 과제이지만, 변화를 서두르는 마음은 상담자의 욕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상담에서의 리더십은 '왜 아직도 그대로인가요?'가 아닌 '지금 그대로인 이유는 무엇일까요?'를 함께 탐색하는 과정이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변화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견디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Q. 나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순간이 있었는가?


Q. 그 판단은 내담자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상담사로서의 불안에서 나온 것인가?


Q. 나는 내담자가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 상담사인가?


작가의 이전글내 마음을 설계하는 심리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