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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Oct 07. 2019

공동 생파

케이크는 딱 한개

30일 글쓰기는 매일 아침 6시에 그날의 주제가 공개됩니다. 그래서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지요. 혼자 제약 없이 글을 쓸 때는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날 밤 12시까지 마감이라는 제한이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주기에 글쓰기의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시스템입니다^^  질보다 꾸준히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에 맞게 글을 쓰다 보면 저도 어느덧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겠죠?

오늘의 주제는 Q. 기념하지 않는 기념일이 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농사일로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살았던 부모님은 소위 먹고사니즘에 정신이 없으셨다. 여유가 있어야 생일도 챙겨 먹고 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생일을 몰아서 해 먹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빠의 생일날 내가 태어나서 오빠와 내가 생일이 같고, 3일 뒤가 언니 생일이므로 고만고만한 날짜였던 우리는 늘 생일파티를 합동으로 치러야 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게 케이크이고, 아무 날이 아니어도 커피와 함께 조각 케이크를 먹지만 그때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태극당'에서 장미 케이크를 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집이 큰 건 아니었지만 방 3개에 거실로 이뤄진 집이었는데 한 팀은 안방, 한 팀은 거실, 한 팀은 건넌방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케이크가 돌기 시작한다. 초를 몇 번 불었다 껐다 하는 건지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추억이지만 그 시절에는 단독 생일 파티를 열어서 내 친구들만 잔뜩 부르고 싶었던 철없는 막냇동생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똑같은 생일은 모두 음력 생일이고, 호적에는 양력 생일로 되어있는데 뭔가 연계성이 떨어진다. 어느 날 오빠와 내가 엄마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니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얼렁뚱땅 넘어가고 말았다. 왜 그 날짜로 신고했는지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의 호적 생일인 양력(가짜 생일)에는 여기저기서 문자가 오고, 쿠폰이 오지만 음력인 진짜 생일에는 정작 조용하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생일에 대한 의미가 없어져만 가고 있는데, 사실 결혼 전의 나는 생일파티를 일주일 동안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기념일과는 거리가 먼 남편을 만나서 간소하게 넘어가더니 이제는 점점 챙기지 않는 내가 되어버렸다. 철없던 시절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목숨 걸고 대형 포장을 하던 나였지만 그게 상술로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그날에는 절대 초콜릿을 사지 않는 나로 변했다. 절대 상술에 넘어갈 수 없어! 라며 평소에는 가끔 먹는 초콜릿을 외면하는데 웃기게도 그럴 때마다 초콜릿이 집으로 온다. 




그것은 남편회사에서 여직원들이 챙겨주는 것이다. 회사에서 경조사 기념품으로 떡, 호두과자, 쿠키 등이 나올 때가 종종 있는데 늘 포장 그대로를 가져다주는 남편이다. 군것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꽃다발이나 선물은 못 사줘도 이런 거를 선물이라고 여기고 챙겨다 주는듯하다. 군것질거리를 사다 놓으면 참지 못하고 다 먹어버리는 습성이 있는 나는 아예 장을 볼 때 군것질을 사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뭄에 단비처럼 간식이나 초콜릿이 우리 집으로 배달되면 늘 내가 야금야금 먹는다. 남편이 먹을 줄 알고 챙겨다 주신분들께 갑자기 죄송해진다. 대부분 내가 다 먹어버렸으므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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