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가시나요?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만 해도 '뭘 써야 하지?' 하며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소위 블랙스완이라고 하는 엉겁결에 다음이나, 페북에서 공유가 되어서 조회수가 평소와 다르면 흥분을 하고 신나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브런치 알람을 껐다. 브런치 말고도 할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울리는 알람이 나의 모든 관심을 빼앗아 가서 브런치에 접속하는 횟수가 너무 많다 싶어서 내린 조치였다. 그렇다고 내가 브런치에 접속을 안 할까? 당연히 아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읽어야 하고, 많지는 않지만 나의 글의 댓글도 달아야 하니 들어온다. 다만 내가 여유 있는 시간에 들어오는 것과 다른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몰래몰래 들여다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든 일에는 집중과 몰입이 중요하다. 그것을 하려고 앉아있어도 정신이 딴 데가 있으면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퀄리티에도 만족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 옆에 잡동사니가 없이 싹 치우고 노트북 하나와 적합한 음악과 차 한잔만 놓고 글을 쓰는 게 나는 좋다. 정신이 사나운 상태에서는 괜히 시선이 다른 데 가서 갑자기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걱정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최대한 마음과 주변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 더욱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스스로가 비루한 글일지라도 '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과 '이걸 글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지 그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관과 비전이 최종적으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여도 정체성과 가치관, 비전이 다르면 결국에는 각도가 벌어지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되므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도 부족한 글일지라도,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 글일지라도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글을 쓰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혹시라도 지금은 나만의 만족이 될지라도 뭐 어떤가, 또 그게 누군가 한 명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그것이 확장되고 확장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많은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욕심에 가깝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나를 위해서라도 글을 열심히 쓰려고 한다. 사실 흰 바탕에 글을 쓰는 이 브런치의 느낌이 참 좋다. 심플하고 간편해서 쓰는 이의 마음도 편안하다.
11월 1일인 오늘부터 다시 #30일글쓰기 2기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주어진 질문에 답을 했던 1기와 달리 질문을 통해서 더욱 더 나를 들여다보고, 생각을 확장하는 2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11월도 열심히 달려볼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30일 글쓰기 1day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