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즘은 모든 포커스가 "졸꾸러기"에 꽂혀 있는 것 같다. 졸꾸러기란졸려도 꾸준히 하는 사람으로서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어떤 것에 졸꾸했었는지 오늘의 글로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1. 2017년 10월
책과는 멀었던 내가 1년동안 책과 가까워진 한 해였다. 집에 있는 책을 잡히는 대로 읽었고, 도서관에도 다녔다. 심리적으로는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책을 통해서 그래도 살아났었던 것 같다. 디퍼런스 공부를 시작했고, 푹 빠져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2. 2018년 10월
처음으로 빡독에 참여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스피치를 하게 되어서 조금 더 체인지그라운드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오프라인 빡독에서 졸꾸러기들과 톡방도 만들고 했었는데 처음의 으쌰 으쌰 와 달리 지속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다들 어디선가 졸꾸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3. 2019년 1월
블로그를 제대로 시작했는데 사실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썼었고, 데일리 리포트도 쓰기 시작해서 오늘로써 306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4. 2019년 3월
20여 년 만에 대학교 편입을 했다. 청소년 교육과에 들어가서 생각보다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학점만 따고 시험만 보는 학생들과는 달리 학교 행사, 스터디 활동 등에도 열심을 내었고 중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 강의도 열심히 했고, 청소년 실습과 청소년지도자 연수, 청소년 성취포상제 인턴 등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만이 아니라 직접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느냐고 정말 바쁘게 지냈다. 전액 장학금을 못 받은 게 지금도 너무 아쉽지만 꼭 1등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반액도 잘했다고 해주자 스스로에게^^;;;
5. 2019년 7월
드디어 "씽큐베이션 2기 세새시" 팀에 합류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뻤다. 독서모임도 처음이고, 졸꾸러기들과 토론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흥분의 도가니 상태였다. 12주간 12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토론을 하면서 우리는 시선이 조금은 바뀌었고, 책 읽는 사람을 별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서 마음껏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갈증을 해소했다.
6. 2019년 8월
"씽큐베이션 2기 세새시"팀과 "2기 실력팀의 한연"님의 글의 응원으로 큰 맘먹고 낙방의 아픔을 이겨내고도전해서 드디어 브런치에 입성했다. 한 번에 안된다고 포기한다면 이 세상에 포기할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들이 판단하는 눈이 부족할 수도 있으므로 그냥 계속 도전하면 된다. 몇 번 떨어졌다가 붙은 OO작가라고는 아무도 부르지 않으므로 몇 번 떨어진 것에 의의를 두지 말고 그냥 계속 도전하시기를 응원드린다!
7. 2019년 8월
운동 역시 함께하는 "66 챌린지 졸꾸러기"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가 있었다. 미루고 미루기만 했던 운동을 마음먹고 내가 한 일은 어떻게야 지속할 수 있는지 내 성향에 맞는 것을 택한 것이다. 나의 성향에는 비용적인 부담이나 장비, 복장의 부담은 노노였다. 부담이 없되 가깝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 나는 한 달에 2만 원짜리 아파트 피트니스를 최종 선택하게 되었고, 복장은 다 집에 있는 것을 활용하고 있고, 매일매일 하기 위해 별 스타 그램과 블로그에 인증을 함으로써 안 할 수 없는 환경설정을 만들었다. 덕분에 내일이면 운동 시작한 지 90일이 된다. 운동하기 싫은 날, 울적한 날, 심지어 운 날, 지방에 간 날에도 헬스가 되었던 홈트가 되었던 쉬지 않고 했다는 것에 뿌듯하다.
8. 2019년 9월
우연히 혼자 보고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한번 해보자! 하고 도전했던 "30일 글쓰기"는 신의 한 수였다. 서평 이외에는 글을 올리기가 망설여졌던 나에게 글 뽕을 맞게 해 줬고, 글로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1기의 평일에만 쓰는 규칙을 뛰어넘어 주말에도 글을 쓰고, 평일에도 자유주제로 글을 추가로 쓰는 등 글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미루고 미뤘던 노트북 gram도 마련해서 이제는 카페, 도서관등 아무데서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설정이 되어서 더욱더 글쓰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만 나면 나는 글을 쓰게 되었으니!!
9.2019년 10월
씽큐 베이션 3기에는 김주현 팀장님과 함께하는 "실력"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각종 지방의 졸꾸러기들 덕분에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게되는 팀 분위기가 참 좋다. 2시간의 리딩의 경험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씽큐3기 실력팀 자체로 하는 66챌린지를 통해서 우리는 더욱더 치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고, 연속 5주 전원 마감전 서평 제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12월까지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함께 모두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꿈꿔본다.
10. 2019년 10월
씽큐베이션 2기 세새시의 시간은 2시~4시여서 에프터 모임이 별로 없었다. 다 같이 밥을 먹은 건 맨 마지막 모임뿐이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씽큐베이션 3기 실력팀 모임 시간은 10시~12시여서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차를 마시러 이동하는데 거의 멤버가 비슷하다. 2시간의 토론시간에 13명이 충분히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에프터 모임에서 나머지를 발산한다. 여기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서로에 대해 피드백 주는 이 시간이 진짜 귀하다.
11. 2019년 10월
나는 헬스장에 가서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아줌마들과 수다 떨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PT를 받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비용의 부담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므로 본의 아니게 "고독한 헬린이"모드다. 헬스 기구 쪽으로는 잘 가지도 못하고, 그저 러닝머신과 사이클을 타고 빈 GX실에 들어가서 매트를 펴고 혼자만의 근력운동을 한다. 이렇게 고독하게 혼자 운동하던 나는 처음으로 "챌린져스 X log on" 으로 판교까지 가서 함께 달려봤는데 너무 즐거웠다. 물론 야외에서 달린 경험이 없는데, 전속력으로 달려서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지만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함께 토론하고, 달리고, 밥을 같이 먹었던 딱 하루의 시간이지만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체인지그라운드와 신박사님, 고작가님, 웅이사님을 알고나서 나는 졸꾸러기 정신으로 살았고, 스스로가 졸꾸러기로써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무엇을 하든지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평소의 소신대로 어떤것을 하던지 잘하지 못해도 끝까지 해내자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물론 무조건의 노력으로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향이 잘못되면 열심히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계속해서 피드백을 해야 하고, 그에 맞게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고, 도전정신과 성장욕구가 있는 사람은 졸꾸러기가 되기가 쉬운 것 같다. 반면에 이것이 버겁게 느끼는 성향의 사람도 당연히 있다. 나는 운이 좋게 잘 맞는 사람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 전혀 이질감이 없지만 이런 푸시가 부담스럽고, 버거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다 나같이 졸꾸러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서 거기서 한 단계 올라가면 될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함으로써 난 2가지 밖에 못하고 있는데 쟤는 5가지를 다 하고 있네? 나는 루저인가?라고 생각하는 게 제일 안 좋은 생각이다.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밖에 안 보이는 담즙질의 ENTJ이고, 뇌인, 목인, 견인 (디퍼런스의 개념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의 성향을 타고난 나는 졸꾸러기의 성향과 잘 맞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으므로 맞출 필요도 없고, 자기에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대한 이해와 메타인지가 있어야 하고, 맥락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목표 설정을 해놓고 그것을 달성하는 게 당연히 쉽지 않다. 쉬고 싶고, 놀고 싶고, 그냥 대충 즐기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기고 해내고 싶을뿐이다. 나의 이런 성향과 기질과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러나 기본 전제는 본인이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이것을 강요할 수도 없고, 효과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이런 것에 익숙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습관 형성을 도와주고,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으면 그것처럼 보람된 일이 있을까? 다만 그 방법이 나의 방법이 아니라 각자의 성향에 맞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고, 천편일률적인 적용이 아니라 각자의 성향과 기질과 환경과 여러 가지 조건에 맞아서 이전처럼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 식의 스텝 바이 스텝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주말임에도 나만의 미션을 달성하고, 이제 이 글을 마치면 운동을 하러 나갈 것이다.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하고, 꾸준히 하는 것에서는 결코 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졸꾸러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