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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Dec 12. 2019

글을 잘 쓰고 싶어요?

그렇다면 드루와요!

한국에서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그 이유는 직장인인 남편이 낼 수 있는 휴가는 한정되어 있는데 월요일에 출발을 하면 또 하루를 까먹으니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서 약간의 무리를 한 것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전국의 수만 명의 학생들이 일요일에 학년별로 동시에 시험을 치르게 되어있다. 일요일에 시험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토요일과 일요일을 날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 3학년의 시험을 끝내자마자 나는 공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시험을 끝고 가는 거라서 책과 프린트물 등 짐이 있었는데 책은 동기생에게 맡기고, 프린트물은 과감하게 시험이 끝나자마자 분리수거함에 미련 없이 넣어버렸다. 공항까지 전철에서도 책을 읽고, 공항 대기 중에도 책을 읽고, 비행기에서도 책을 읽어서 겨우 400 페이가 넘는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다 읽었는데... 비행기에서 대략적으로 서평의 가닥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깨달았다. 노트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여행 중에 잠깐의 메모를 할 손바닥만 한 글감 노트는 챙겼지만 뭔가 메모할 종이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 많던 프린트물을 이면지로 썼으면 좋았으련만 미련 없이 시험이 끝나자마자 복도에 있는 분리수거함에 뭉탱이로 버린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하는 수없이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책의 맨뒤 속지를 한 장 뜯었다. (원래 책을 훼손하지 않고 깨끗이 보다가 중고로 넘기는 나였는데.. 요즘은 줄도 긋고, 형광펜도 긋더니 이번에는 찢기까지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속지가 짙은 보라색이라 글씨가 잘 안 보인다. 흑...)



저녁 비행기라서 조명을 다 끄고 취침모드로 운행을 하니 나는 독서등을 켜고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지 대략적인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씽큐베이션은 매주 1주에 1권의 책을 읽고 1서평을 써야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고, 특히나 김주현 팀장님과 함께하는 "실력팀"인 우리 팀은 매주 화요일 24:00이 마감 시간인데 이 시간 전까지 올 제출이 목표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미 씽큐베이션을 지원할 때부터 서로가 한 약속이기에 이것을 지키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10주째 13명이 마감시간 전에 전원 서평을 제출했다!! 일부가 아닌 다같이 이뤘다는것에 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멋지다 씽큐베이션 실력팀!!



바쁜 세상에 좀 늦을 수 있지? 뭘 그러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사소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대단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그러니 우리는 작은 것부터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꼭 서평이 아니라 나의 생활에서 기본적으로 내가 지켜야 하는 어떤 것은 지키고자 노력하는 우리가 된다면 이 사회는 신뢰가 더욱 더 두터워질 것이며, 그 조직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됨으로써 더욱더 빠르게 성장하고, 소통도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A4용지 한 장이 그리웠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서 짙은 보라색 종이에 대략적인 뼈대를 잡고, 다들 불을 끄고 취침하는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독서등을 켜고 서평을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사실 2주 동안 기말고사였기 때문에 나는 피곤하기도 했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그럼에도 약속을 지켜야 하니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대신에 책의 내용을 정리했고, 필리핀 아닐라오에 도착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3회를 마치고도 침대의 유혹을 이기며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마침내 마감기한 내에 서평을 완성해서 제출했다. 물론 여러 가지로 환경이 열악했다. 시험기간에 책을 읽었으니 씹어먹지는 못했고, 느긋하게 정리한 것도 아니고, 필리핀 현지 다이빙 샵의 와이파이 상태가 좋았다 안 좋았다 해서 편집을 하고, 업로드하는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하게 된 것은 나로 인해 팀이 실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나는 다이빙 3일 차에 하루에 3번씩 다이빙(총 9회)을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데 좀처럼 브런치 접속이 잘 되지 않고있다. 카톡은 잘 되는 반면에 브런치 접속은 정말이지 속 터지게 되지 않아서, 한글파일에 썼다가 옮기는 등 별짓을 다하고 있다. 정말 한국은 인터넷 천국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이냐면...

이면지 등 노트도 많고,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빵빵한 한국에서는 정말이지 글을 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없다면 글을 쓸 수 없는 것이고, 반면에 종이 한 장 없는 비행기에서든, 와이파이가 열악한 해외에서 글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글을 쓰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이야기, 바닷속에 들어가서 느끼는 나의 감정 등 글감이 막 떠오르는데 브런치 접속이 더뎌서 글을 쓸 수 없을 때의 간절함을 느껴보니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한국에서 감사하며 글을 쓰자라고 마음이 먹어졌다. 없어봐야 소중한 것을 느끼듯, 빈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듯 그런 것을 느낀 것이다.



이 글 또한 언제 업로드될는지 알 수 없지만(접속이 됐다 안됐다 하니 장담을 못함ㅋ) 서점에서 책을 사던지 서서 읽던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던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그리고 노트가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하거나, 와이파이가 안 돼서 서평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냥 서평을 쓸 마음이 없거나, 너무 완벽한 기준을 기대함으로써 서평 쓰기를 두려워하거나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당연히 처음에는 부족할 수 있다. 또 글이 짧을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우리가 서평으로 성적표를 받는 것도 아니고, 댓글이나 좋아요 개수가 작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써보자. 짧게라도 아웃풋을 해보자. 형식에 얽매이지도 말고, 길이에 얽매이지도 말고, 그냥 책을 읽고 난 후 정리를 해도 좋고, 느낌을 적어도 좋고, 한 가지 패턴에 얽매이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보면 나만의 스타일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고작 132일 된 나는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금단현상을 느끼듯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꾸준히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뜨문뜨문 쓴 것이 아니라 못쓰는 글이라도 매일 썼더니 글 쓰는 게 재미있어졌고, 쓰고 싶어졌고, 씀으로써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만약 브런치 작가에 처음 떨어졌을 때 "에잇! 안 쓰고 말지!"라고 마음먹고 또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체력소모가 심한 다이빙을 3회나 하고 나서도 침대에 뻗지 않고 글을 쓰고 싶어서 화장대에 앉아 있었을 리 없다. 멍하게 핸드폰을 하거나 뭉친 근육을 풀려고 마사지를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꾸준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체력소모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덕분에 나는 다이빙이 끝나자마자 실실 웃으며 글을 쓰고 있고, 방 안에서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의 나도 남의 글만 읽고 마냥 부러워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잘 쓰던지 못 쓰던지 상관없이 글을 쓰는 것은 본인에게 일단 제일 도움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도 용기와 희망과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 글쓰기를 미룰 이유가 없다. 에세이든지, 일기든지, 서평이든지, 아무 말 대잔치든지 무엇이든지 써보자. 무엇이든지 아웃풋을 해보자. 씽큐 베이션 4기에 합격을 한다면 저절로 글쓰기의 환경설정이 되겠지만 혹시라도 탈락하게 되어도 너무 실망하지만 말고 일단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망설였다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다면 당신은 선택받은 자이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나는 더 신나서 더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에게 선순환이다.



우리는 일부만 행복을 느끼고 일부만 누릴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을 느끼고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좋은 것은 같이 누려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니 모두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바이다.  망설이지 말고, 마음이 동한다면 어느 사이트든지 시도해보시기를 응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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