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요즘에는 문자를 쓸 일이 그다지 많이 없다. 다들 SNS 쓰기도 바쁜 시대이니까 말이다.
우리의 뇌는 쓰면 쓸수록 발전을 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되는 신기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요즘은 전화번호를 몇 개를 외우는지 물어보면 극히 적은 수의 번호만 간신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공중전화가 20원이었던 시절? 그 시절에는 조그마한 전화번호 수첩이 유행이었다. 미니 수첩에 깨알같이 적은 전화번호들을 찾아가며 전화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졸업앨범 뒤에는 주소와 더불어 전화번호가 항상 쓰여있었는데 (물론 집 전화번호이다) 그게 그렇게 유용했다. 이를테면... 졸업 후에 관심 있었던 친구에게 전화해서 고백하기 등?ㅋㅋㅋ 아 물론 본인이 전화를 받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어서 꼭 걔네 엄마가 전화를 받으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예쁜 목소리로 통화를 해야 바꿔주신다는 게 함정이다. 만의 하나 아줌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말실수라도 하면 집에 있는 애도 없다고 하고 끊기 일쑤였다. 그 시절엔 말이다.
아주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진과 똑같지는 않지만 저런 전화기를 썼었다. 옆에 레일을 감듯이 돌리는 게 있었는데, 수화기를 들고 그걸 돌리면 교환원이 전화를 받는 시스템이었다.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지금은 교통이 아~주 좋아져서 시골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경기도 근교이지만, 장작을 때고 살았고, 산으로 삐라(북한 선전물)를 주워다 지서(파출소)에 갖다 주면 학용품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서울에 산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할 때 전혀 공감을 못하는 것을 보고, 시골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야무지고, 알뜰살뜰한 막내딸이던 나는 동네에 유일한 전화기가 있는 우리 집에 동네분들이 오시면 전화를 걸어주는 담당이었다. 얼마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잔돈은 꼬박꼬박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없는 살림에도 TV와 전화기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심심찮게 들렸던 우리 집이었다. 어린 시절에도 원칙은 원칙이지라는 성향이 강해서, 누군가가 전화를 쓰고서는 돈을 안내면 왜 안내냐고? 의문을 갖았었다. 아빠는 친한 사람은 안 받아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도 없는 살림에 전화요금 내기 어려웠는데 왜 그랬는지 그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당돌하게 "돈 주셔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꼬마였다.
예전에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외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점점 외우는 번호의 개수가 줄어가고 있다. 온 가족의 번호를 다 외우지도 못하지만, 그마저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뭐 다 비슷하지 않겠는가. 편리성이 준 여파이므로)
아무튼 확실하게 외우는 가까운 가족꺼 외에는 점점 친구들의 번호도 외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의지해야 겨우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데, 자꾸 어떤 사람이 문자를 보내는 거다. 요즘은 광고도 카톡으로 뜨는 케이스가 많은데 말이다. 그 사람은 바로...
.
.
.
동네 마트 할인 문자였다.
번호에 OO마트라고 저장을 해도 되지만, 마트 사장님 핸드폰 번호를 구지 저장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리고 저장과 동시에 카톡이 연결되므로 그것도 별로... 게다가 번호가 중간에 바뀌어서 새 번호로 오는 거다. 무제한 발송이 안돼서 바꾸셨는지 어쨌는지 말이다.
그런데 웃긴 건, 마트 번호를 전혀 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11자리 중에서 010 빼고 기억나는 숫자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외우려고 해도 까먹는 판에 , 외우려 하지 않으니 더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매번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고 표시가 뜨면 누구지?? 이런 마음으로 문자를 여는 나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다. 어떻게 매번 모를 수가 있지??ㅋ 저장을 하고, 카톡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놔두련다. 누군가 문자를 하는 느낌 나쁘지는 않지 않은가 ㅋㅋㅋ
어쨌든 끊임없이 매일 나에게 문자를 하는 그 남자의 끈기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