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깎이 편입생이다. 청소년 교육과 3학년에 편입을 해서 1학기를 보냈는데, 방학하자마자 청소년 실습을 하느냐고 바빴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고, 노력해서 성취하는 맛이 그렇게 좋다.
이건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처럼 발전하고 배우는 게 좋은 사람도 있고, 마냥 즐겁게 지내는 게 좋은 사람도 있으며, 누군가를 위해 헌신해서 도와줄 때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신나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안정된 일상을 누릴 때 행복감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이에게 함부로 왜 그렇게 사냐고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란 my way 아니겠는가!
멀지도 않은 친정이지만 나는 너무 바쁘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남편의 점심 도시락과 과일 도시락을 싸놓고, 5시 55분 휘트니스에 간다. 약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꿀맛 같은 아침을 먹는다. 잠시 쉬었다가 설거지와 집안일을 간단히 하고, 1주일에 1권의 책을 읽고 1편의 서평을 제출해야 하니 부지런히 책을 펼친다. 7월과 8월에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직접 수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온 정신이 청소년에게 가 있었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서, 딱딱하지 않되 기억에 남는 수업을 기획하려고 회의와 기획과 자료조사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청소년들의 반응이 좋아서 2달의 고생이 뿌듯했다. 틈틈이 세미나 혹은 무료특강이 있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모든 것은 다 써먹을 데가 있어서 기회가 있을 때 들어둔다.
아무튼 이래저래 바빠서 한동안 친정과 시댁에 가지 못했다. 누가 보면 엄청 먼 줄 알겠지만, 경기도 근교이다. 그러나 그린 면허인 나는 운전을 못할 뿐이고, 대중교통으로 내 한 몸은 갈 수 있지만 농산물을 싣고 오지 못하므로 나 혼자 가는 건 의미가 없다. 주말에는 실습으로 꼼짝 못 하는 나 대신 남편이 혼자 친정에 들러서 이것저것 농산물을 받아왔다. 남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다고해도 무방한 친정아빠는 손이 엄청 크시다. 우리 집은 2식구일 뿐인데, 받아온 농산물을 정리하려면 허리가 뽀샤진다.
그래도 자상한 친정아빠께서 대충 파도 다듬어 보내주시는 등 되도록 손이 안 가게 보내주시는 편이다. 그래도 통에 옮겨 담고, 종류별로 구분하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므로 깻잎 큰 건 간장 양념에 절이고, 어린잎들은 살짝 데쳐서 볶고, 가지도 볶고, 파와 오이 고추는 통의 크기에 맞춰서 정리하고, 감자와 양파는 베란다로, 포도와 옥수수는 김치냉장고로 옮기는 등 각자의 자리의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그중의 제일은.... 고구마 줄기였다.
1. 줄기를 살짝 꺾은 후 껍질을 까서 물에 씻는다.
2. 완전히 물컹이 아닌 말캉해질때까지 물에 삶는다.
3. 건진 고구마 줄기를 각종 양념을 넣고 볶는다.
3줄로 끝나는 요리 같지만.... 사전 준비가 오래 걸린다. 책도 읽어야 하고, 서평도 써야 하지만 농산물은 바로바로 손질하지 않으면 풀 죽은 아이처럼 늘어진다. 힘들게 키워서 보내주신 것을 소중히 먹어야 하는 게 자녀 된 도리이기에 부지런히 껍질을 깠다. 그냥 까면 심심하니까 유튜브를 틀어놓고 말이다. 그런데 유튜브가 몇 개가 끝나도 고무마 줄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고무마 줄기 까는데만 100분이 걸렸다. 한 가지 동작을 움직이지 않고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공부만큼이나 힘든 고구마 줄기 까기 100분...
까고, 삶고, 볶아서 만들어두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매일 남편의 도시락을 싸야 하므로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만든 고구마 줄기 볶음에 내가 감동하면 어쩌자는 거지?ㅋ
어렸을 때는 다른 집처럼 고기반찬, 햄 반찬, 계란 장조림 해달라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었는데... 이제는 옛날 반찬들의 진정한 맛을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머위나물, 고구마 줄기, 깻잎순 볶음, 호박잎 쌈 등등.
건강을 생각해서 많이 짜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아삭한 식감과 적당한 간의 조화가 일품이어서 마치 샐러드처럼 막 먹어도 될 정도였다. 내가 요리해놓고 내가 감동해서 맛있게 먹는 건 뭐람?ㅋㅋㅋ (물론 남편도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반찬투정이 기본적으로 없는 사람이므로)
바쁘기도 하고, 때로는 매일 밥상을 차리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건강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므로 최대한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멀리하고,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배달의 민족에서 자꾸 쿠폰을 남발에서 나를 유혹할 때는 무너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음식을 먹을 때 허겁지겁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해 먹기보다는, 이것이 나에게 오게 된 경로라던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농산물인지를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면 우리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