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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Jan 04. 2020

짠순이 이제 그만 하렵니다

feat.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낭비를 해본 적이 없는 유형에 속한다. 내 수중에 돈이 있던지 없던지 상관없이 움켜쥐는 것이 습관이 된 지 오래이고, 이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착화된 나의 습관이었다. 세뱃돈을 받아도 하나도 쓰지 않고 저금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버거울 정도의 적금을 부었었고, 결혼을 해서도 고정비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저축을 많이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엊그제는 나라에서 3만 원이 입금되었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주는 "에코마일리지"가 있는데 무려 30,000원이나 입금이 되어서 남편에게 기쁨을 전했더니, "그걸 왜 주는 거야?"라고 물어서 내가 더 황당했다. 나는 평소에도 전기 콘센트를 끄고 다니고, 가급적 보일러를 필요 이상으로 틀지 않으며, 이 닦을 때도 물을 틀어놓지 않는 등 엄청난 절약을 하면서 사는 짠순이 of 짠순이다. 이렇게 아꼈기에 에코마일리지가 지급된 것인데 그것을 왜 주냐고 물으신다면...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죄책감을 갖지 말라니! 돈 관리와 죄책감?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이렇게 아끼면서도 "더 아꼈어야 했는데..." "외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돈에 질질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는 과감하게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을 줄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은 처음 읽어봤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1 항목에서 조금 더 줄이고, 2 항목에서 조금 더 줄이고 이런 형태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요한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것도 신선했다. 사실은 이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풍족한 삶을 원하는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막연히 돈을 일단 아끼는 게 목적 아닌 목적이었다. 돈을 아껴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는 없이 늘 빈자처럼 살았다. 더 아껴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추가적으로 보너스가 나오거나 어디서 공돈이 생겨도 만져보지도 못한 채 당연히 저축을 하는 나였다. 아직 전세에 살아서 그런지 늘 더 모야 하고, 더 아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했고, 그래서 벌만큼 벌어오는 남편은 나의 이런 태도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빚과 빛은 반대말과 같다


나는 빚을 싫어한다. 빚이 있으면 잠이 안 오고,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나의 강박관념이긴 하다. 아직 자가가 없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떻게든 빚이 생기면 갚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말한다. 회사에서 낮은 이율로 받은 대출을 왜 그렇게 빨리 갚느냐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냐고 말이다!  물론 어찌 보면 맞는 말인데 나는 빚을 갚지 않고 쓰다 보면 계속 갚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빚은 만들지 말자라는 주의인데 아직 자가가 아닌 전세에 거주하다 보니 이런 생각에 머무는 것일 수도 있다. 전세를 옮기면서 생기는 빚을 갚기 위해 나는 신혼에 악착같이 모았었다. 그런데 다 모으고 나면 또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미 또 시세는 올라버려서 그것을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빚이 너무 싫어서 지금은 빚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너무 편한 것은 사실이다. 빚이 있어도 갚을 능력이 되고, 통솔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나같이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그냥 빚을 갚으라고 말해주는 이 책은 딱 하나의 정답을 밀어붙이지 않고, 다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도 좋았던 부분이다.




쪼잔한 사람 VS 의식적 지출을 하는 사람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신혼시절에는 매일같이 가계부를 쓰고, 잔고를 체크했었다. 이것은 잘한 게 아니라 거기에 매여있었다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고 할 수 없고, 돈에 울고 웃는 삶이 정답은 아니라는 결정하에 어느 순간 좀 무뎌지게 되었다. 예전보다는 덜 체크하고, 예전보다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어디에 얼마큼 돈이 나가고 있고, 현금의 흐름이 어떤지는 잘 파악하는 편이다. 하물며 전기사용량, 도시가스 사용량, 통신비 조절까지 다 메모하면서 살아보았는데 그 덕분에 낭비되는 부분이 없이 줄긴 했지만 거기에 쏟아부은 내 정신적 에너지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저자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다.

단순한 지출 방식을 정하라!

의식적 지출 계획을 세워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두어라!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줄이고, 좋아하는 곳에는 아낌없이 써라!




사람을 딱 2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의식적 지출을 하기보다는 쪼잔한 사람이었다. 물론 공과금을 아끼고, 외식비를 아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가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내 안에는 늘 절약, 할인이 박혀 있었고 비상금 통장에 잔고가 없으면 우울함을 느끼는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상태였었다. 남편 물건은 그래도 좋은 것을 사주면서도 내 것은 늘 싼 것만 찾고, 할인을 하지 않으면 사지 않았다. 그걸로 만족했으면 상관이 없는데 마음 저 아래에서는 '나도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싶.... 아니 아니 미니멀 라이프 해야지'라며 욕구를 눌러가며 참았다고 보는 게 솔직할 것 같다. 걱정과 죄책감을 돈과 같은 문장에 넣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참을 돈을 벌지 못했던 내 삶을 절약으로 대처하기 위해 발버둥 쳤었던 것이다. 더 이상 소소한 것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빅 윈에 초점을 맞추고 죄책감은 저 멀리 던져버리는 나로 변해야겠다.



돈 관리도 졸꾸네


이 책에서도 뼈 때리는 말들이 나온다. 습관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으며, 갑자기 바꾸면 오래가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어떤 항목을 잠깐 줄인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지속할 수 없다면 곧 과거의 지출 습관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지속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어디를 가든지 전기가 낭비되는 것을 못 참는다. 아무도 없는데 불을 환하게 켜놨거나,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틀어놓은 걸 보면 끄고 싶은 본능이 발동한다. 이 습관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기에 당연히 지금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듯이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함이 돈 관리에도 필요하다는 점이 졸꾸와 딱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할 뿐이다. 무엇을 하든지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이 가능해야 하고, 메타인지가 높아야 하며,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함은 기본인 것 같다.




신용카드 사용법


한때는 굴비를 할까(신용카드 항목별로 엮어서 사용하는 법),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비싼 신용카드를 쓸까 고민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재테크 카페에 죽순이었던 시절에 이리저리 짱구를 굴리며 벤치마킹도 많이 해봤지만 결과는, 신용카드 혜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용카드를 덜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신혼 때보다 지금 카드값이 덜 나온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용카드에 원래 있는 기능에 추가로 기능을 덧붙이는 것도 있는데 나는 딱 필요한 영화할인(ex:1년에 10,000원을 내면 1달에 2매씩 4,000~2,000원 할인)과 레스토랑 할인 (ex:12,000을 내면 1년 3번 피자 3판 무료) 정도만 사용하면서 조절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나의 카드에 원하는 기능을 플러스알파 시킬 수 있는 것도 있으므로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대형마트에 거의 가지 않는다. 일단 가게 되면 기본 10만 원은 결제를 하게 될 텐데 나는 동네 슈퍼에서 2만~3만 원가량씩 조금씩 사서 빨리 먹고 소진하는 것이 좋다. 냉장고가 꽉 차면 정리하기도 힘들고, 뭐가 어디 있는지도 잘 찾지 못하는데 사놓은 게 별로 없으면 심플하다. 그리고 냉장고 파먹기에도 용이하고, 썩어서 버릴 일이 없다. 다만 우리 집에는 다른 집처럼 주전부리 할 것이 없고, 눈 씻고 찾아봐도 식사와 과일 외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다이어트에는 좋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신용카드 비용을 한 번에 결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도 빚이라고 생각하고 지불할 능력이 될 때에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상금 통장에는 혹시라도 만의 하나 무슨 일이 있어서 회사에 다니지 못해도 신용카드 비용 2~3달은 낼 정도의 금액은 갖고 있으려고 한다. 물건을 살 때는 할부로 사지 않고, 돈을 모아서 일시불로 결제할 수 있을 때 사는 타입인데 2019년에는 차를 일시불로 샀는데 한 번에 지불하려니 손이 후들후들 떨리긴 했었다.


나만의 방법을 세팅하자


우리는 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그러므로 돈을 쓰는 타입도 다르고, 모으는 타입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 어떤 하나가 정답일 수가 없고 내가 그 정답을 찾아가야 하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일단은 자산과 현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서 세팅을 해놓으면 매월 죄책감과 후회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에너지의 한계가 있다. 일정한 에너지를 정말 써야 할 곳에 쓰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곳에서는 아낀다면 조금 더 우리의 본업에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나의 현금 흐름도와 내가 왜 돈을 모으고 싶은지?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봐야 하고, 기혼자들은 이것을 대화를 통해 잘 합의해나간다면 쓸데없는 싸움도 줄일 수 있고,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에 읽었던 재테크 책과 달랐던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는 돈 관리에 무지했거나 미루고만 있었던 분들에게 강추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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