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에게 수액을 놔주듯

by 기뮨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이라서 작은 소리도 잘 듣고, 틀린 음도 잘 찾아낸다. 아마도 타고 난 특성 같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아직 자가용이 생기기 전에 오토바이가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리로만 아빠가 오셨는지, 손님이 오셨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차문을 잠그면 나는 '삑'소리로 내다보지 않고도 남편이 도착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그때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서 현관 인터폰 같은 건 없었고, 그냥 창문으로 내다봐야 했는데 백발백중 남편 차의 "삑"소리였다. 지금은 어떠냐고?? 지금은 새 아파트라서 차가 주차장에 진입하는 순간 인터폰에서 "차량이 도착했습니다"라고 말을 해준다. 나의 소머즈의 능력을 써먹을 수 없는 환경이긴 하다.



이렇게 귀가 예민하고 소중하게 생각되다 보니 평소에는 이어폰을 많이 안 쓰려고 하고, 크게 듣지 않으려고 하는 타입이긴 하다. 근데 가끔 기분이 별로인 날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꽝꽝 틀어놓는다. 아파트라서 옆집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 스피커로는 못 들을지라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맘껏 들으면서 아무 말 대잔치 글을 쓴다. 청력도 소중하지만 다운된 내 마음이 먼저니 수액 주사를 맞듯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본다.


computer-2048983_1920.jpg

gram 노트북을 구입한 이후로는 이전 노트북과 달리 타자감과 조용한 마우스가 좋아서인지 글을 쓰는 양이 많이 늘었다. 어렸을 때는 의무감에 일기를 쓰고, 글짓기 대회를 나갔었지만 그게 다 도움이 되지 않겠나. 누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도 너무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예전의 글을 읽는 게 나를 파악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나 스스로가 바라보지 못한 나의 모습, 놓친 나의 모습들이 글 속에서 보곤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만 토닥여주는 평소와 달리, 스스로의 마음을 읽어준다. '네가 이때 이랬구나' ' 너 많이 힘들었구나'등등 일일이 남에게 오픈할 수 없는 나의 감정들을 글을 통해 내가 어제의 나를, 지나간 나를 바라본다.




성장한 부분도 있고, 계속 발버둥 치지만 반복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본다. 흔히 우리가 잘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공손하고, 친절해진다. 아직 서로에 대해 파악되지 않았을 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애쓰듯 나 자신에게도 좀 친절하게 대해주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미지옥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