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가 예민한 편이라서 작은 소리도 잘 듣고, 틀린 음도 잘 찾아낸다. 아마도 타고 난 특성 같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아직 자가용이 생기기 전에 오토바이가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리로만 아빠가 오셨는지, 손님이 오셨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차문을 잠그면 나는 '삑'소리로 내다보지 않고도 남편이 도착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그때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서 현관 인터폰 같은 건 없었고, 그냥 창문으로 내다봐야 했는데 백발백중 남편 차의 "삑"소리였다. 지금은 어떠냐고?? 지금은 새 아파트라서 차가 주차장에 진입하는 순간 인터폰에서 "차량이 도착했습니다"라고 말을 해준다. 나의 소머즈의 능력을 써먹을 수 없는 환경이긴 하다.
이렇게 귀가 예민하고 소중하게 생각되다 보니 평소에는 이어폰을 많이 안 쓰려고 하고, 크게 듣지 않으려고 하는 타입이긴 하다. 근데 가끔 기분이 별로인 날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꽝꽝 틀어놓는다. 아파트라서 옆집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 스피커로는 못 들을지라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맘껏 들으면서 아무 말 대잔치 글을 쓴다. 청력도 소중하지만 다운된 내 마음이 먼저니 수액 주사를 맞듯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본다.
gram 노트북을 구입한 이후로는 이전 노트북과 달리 타자감과 조용한 마우스가 좋아서인지 글을 쓰는 양이 많이 늘었다. 어렸을 때는 의무감에 일기를 쓰고, 글짓기 대회를 나갔었지만 그게 다 도움이 되지 않겠나. 누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도 너무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예전의 글을 읽는 게 나를 파악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나 스스로가 바라보지 못한 나의 모습, 놓친 나의 모습들이 글 속에서 보곤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만 토닥여주는 평소와 달리, 스스로의 마음을 읽어준다. '네가 이때 이랬구나' ' 너 많이 힘들었구나'등등 일일이 남에게 오픈할 수 없는 나의 감정들을 글을 통해 내가 어제의 나를, 지나간 나를 바라본다.
성장한 부분도 있고, 계속 발버둥 치지만 반복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본다. 흔히 우리가 잘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공손하고, 친절해진다. 아직 서로에 대해 파악되지 않았을 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애쓰듯 나 자신에게도 좀 친절하게 대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