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나는 겉에 뭐가 나와있는 것을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와있으면 먼지가 쌓이고, 청소하기가 힘들다. 모든 청소는 내가 하기 때문에 내가 청소하기가 편해야 한다는 논리다. TV가 망가지기도 했지만, TV가 있으면 주말 내내 넋을 놓고 보고 있는 게 솔직히 싫었다. 망가졌을 때 잘됐다 싶었고, 전기요금 하마인 셋톱박스도 없어지니 신났다. TV가 없어지니 TV를 받치고 있던 서랍장이 쓸모가 없어졌다. 구조를 조금 바꿔서 거실에 있던 서랍장을 책상이 있는 방으로 옮기고 거실엔 아주 작은 서랍만 놔뒀다. 그 서랍을 나둔 이유도 인터넷 와이파이 공유기를 숨기기 위한 작전이었다.
TV는 없고, 벽시계는 못을 박지 말라는 남편 때문에 저렇게 기대어있다. 서랍 안에는 각종 약, 문구류 등이 있고 벽과 서랍장 사이에 와이파이 공유기가 숨겨져 있었다. 핸드폰 사용 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노트북 gram을 거실이 아닌 책상이 있는 방에서 사용을 하려고 하니 와이파이가 너무 약했다. 거실에 불을 켜놓으면 안방까지 불빛의 영향이 있으므로 되도록 늦은 시간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방에서 하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거실에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 기사님이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여쭤보니 공유기를 요금을 내고 사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있는 것보다 더 잘 잡히는 공유기가 있다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내 돈을 내고 공유기를 사본적은 없다. 그래서 그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다른 방법이 없냐고 했더니... "그럼 위에 꺼내 둘게요" 하시는 거다.
방에 와서 노트북을 켜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어랏 어제보다 잘 된다' 근데 참 이상하지. 기사님이 오셨을 때는 잘 되다가도 돌아가시고 나면 또 안 되는 게 반복돼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어쨌든 알겠다고 하고 기사님은 돌아가셨다.
그런데!!! 단지 꺼내놓은 것만으로도 책상이 있는 방에서 와이파이가 너무 잘 되는 것 아닌가! 미니멀 라이프 하겠다고 웬만하면 다 넣어놓고, 안 보이게 해 놨는데 공유기는 꺼내놨어야 하는 물건이었다. 아직 수명이 짱짱한 공유기가 괜스레 잘 터지지 않는다면서 새 공유기로 바꿨으면 얼마나 서러웠겠는가! 자신의 소명을 다 하고 생을 마감해야 뿌듯하지 않겠는가! 사람이든지, 물건이든지 말이다.
다른 조치 없이 양키캔들 뒤에 살포시 올려진 것만으로 사건이 클리어 되다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문제 해결 방법이 꼭 복잡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보다 심플할 수도 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늘 색다르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