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직접 한번 해 보던가
서로의 기대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봐요
직장생활에서 여러 갈등이 있을 때 나를 화나게 만드는 말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직접 와서 해 보세요”라는 말이다. 영국의 수상 처칠이 “꼭 닭을 낳아봐야 달걀이 신선한 줄 아는가, 닭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달걀이 신선한 것쯤은 알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간혹 본인이 닭을 낳을 특권을 가지고 있기에 달걀을 낳지도 못하는 당신들은 이래라저래라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상대방이 내 일을 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내 일에 대해 이래저래 피드백을 주면 화가 치민다. 아니 그럼 직접 와서 한번 해봐 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건 내가 그 일의 담당자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나에게 원하는 기대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직접 와서 해 보라고 하면 나는 “저는 못해요, 당신도 그렇게 할 거면 그냥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업무를 맡은 사람이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기대이며 그 업무를 맡은 사람의 의무이기에 못할 거면 왕관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회사에서 내가 상사에게 바라는 기대는 바로 이것과 비슷하다. 나 역시 그 포지션에서 일해보지 않았기에 얼마나 많이 바쁘고 정신없고 여기저기서 치이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기대가 그런 것들로 인해 고려되어 바뀌지 않는다. 업무에 대해 내 상사가 나보다 많이 알고 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김연아가 피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코치의 일이다. 코치가 김연아보다 스케이트를 더 잘 타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만약 누군가가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피드백을 줄 때 성숙하게 문제의 원인과 상대방의 기대치가 정말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갈등의 원인이 이러한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 때 나는 "합격했을 때 어떤 상사와 일을 하길 원하나요?" 라던지 "회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요?"라는 질문들 통해 상사와 회사에 대한 기대를 알아보려고 한다. 만약 그 기대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면 나도 솔직하게 그건 어려울 수 있다고 대답해준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기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합격 이후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