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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내 마음의 여인숙

여인숙-잘랄루딘 루미

by 소걸음

19. 내 마음의 여인숙/여인숙-잘랄루딘 루미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2005.03.26)




루미는 우리 삶에 들이닥치는 모든 감정을 ‘손님’이라 부른다. 그들은 때론 기쁨의 얼굴로, 때론 슬픔의 얼굴로 찾아온다. 때론 부끄러움과 후회의 얼굴로 오기도 한다. 기쁨은 붙잡고 싶고, 슬픔은 내쫓고 싶지만, 루미는 그 모든 손님을 맞아들이라고 한다.


환영하지 못했던 감정들, 불청객처럼 여겼던 그들조차 사실은 나를 위해 먼 길을 돌아온 존재들이었다.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지금 느끼는 답답함도, 막막함도 어쩌면 어디론가 나를 안내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여인숙에는 어떤 손님들이 찾아올까? 삶은 피할 수 없는 감정들로 채워지는 여인숙과도 같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깨달음이 함께 머물러야만 온전한 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어떤 손님이 오든 따뜻한 차 한 잔 내어주자.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한 뼘 더 자란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The Guest House

by Jalaluddin Rumi

(Translated by Coleman Barks)


This being human is a guest house.

Every morning a new arrival.


A joy, a depression, a meanness,

some momentary awareness comes

as an unexpected visitor.


Welcome and entertain them all!

Even if they’re a crowd of sorrows,

who violently sweep your house

empty of its furniture,

still, treat each guest honorably.

He may be clearing you out

for some new delight.


The dark thought, the shame, the malice,

meet them at the door laughing,

and invite them in.


Be grateful for whoever comes,

because each has been sent

as a guide from beyond.


by Jalaluddin Rumi

from Rumi: Selected Poems, trans Coleman Barks with John Moynce, A. J. Arberry, Reynold Nicholson (Penguin Books, 2004)


☞ 원문 출처 - https://www.scottishpoetrylibrary.org.uk/poem/gues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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