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월요일

오늘의 기분

by 나부랭



은 어디로 숨었을까?

23년 6월 23일 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에는 예쁜 초승달이 떠 있었다.

내 손목에 새겨져 있는 작은 초승달과 같은 모양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호흡이 개운했다. 콧노래가 나왔다.



이직하고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밤에도 새벽에도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에 늘 초조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한 번도 웃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일요일 밤이 되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트리거가 되었던 어떤 날 이후, 나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나를 위한 삶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5년 뒤, 텅 빈 눈을 가지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웃지 않고 일하는 무서운 여자가 눈앞에 보였다.

두려움은 곧 무언가 바꿔야 한다는 결심으로 변했다.

공허한 삶을 벗어나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진짜 나의 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돈이 없어서 가난해지더라도 내 영혼이 상처받는 일은 다시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퇴사 후 첫 번째 월요일,

평소라면 침대에 누워서 깊은 한숨을 내시며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의미 없이 SNS 게시물을 넘겨봤을 시간, 가볍게 몸을 일으켜 가장 싫어했던 설거지를 시작한다.

역시 인간의 몸은 정신의 지배를 받는 것이 확실하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니, 그것도 기꺼이.

밀린 빨래를 빠르게 세탁기에 넣고 청소기를 휙 돌린 후, 찰리푸스의 노래를 튼다.

매일 아침 무거운 머리를 굴리기 위해 링거처럼 꽂아 넣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새 출발을 시작한 나를 위해 향 좋은 커피를 내린다. 이 모든 행위가 즐거운 아침이었다.



가만히 집 안을 둘러본다. 조용히 각자의 위치에 정렬해 있는 물건들.

나의 자리는 어디쯤이 좋을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모습이 잘 보이는 창가 앞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하얀 워드 화면을 띄워 적어본다.

현재 나에게 제일 소중한 것은 바로 “오늘의 기분”.

오늘의 나의 기분은 “행복”.

내일도 모레도 내 하루의 시작은 나의 위치와 기분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고,

매일 나의 기분은 “행복”일 것이다.



무엇을 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그저 첫 번째 월요일을 맞이했을 뿐이다.

구석에 밀려나 있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꺼내어

나의 기분 때문에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지는 말자고 적는다.

마음은 여유롭되 시간은 알차게 보내자고 다짐한다.

나의 시작을 응원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둔다.

두어 달 쉬고 다시 돌아오라는 전 직장 상사들에게 온 메시지에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도록,

그 많은 월급을 받고도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다니 대단하다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새삼 상처받을 때마다 치유될 수 있도록.



별은 숨은 것이 아니다. 그저 구름 뒤에 가려져 있었을 뿐.

상냥한 바람이 언제든 불어온다면, 나의 작은 별이 까만 하늘에서 환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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