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불혹

83년생 모이세요

by 나부랭


그러니까 12년 전, 내가 29살이었을 때,

나는 하루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가진 것은 애매한 나이 하나뿐이던 그 시절,

서른은 무언가 꽉 찬 어른이 되는 것 같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1년 하다 실패한 나는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갔다.

밤이 될수록 더 화려해지는 강남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대충 성공 비슷한 미지근함을 마음에 품고 모여든

수많은 젊음들이 북적이는 곳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시원한 밤공기의 냄새가 고향집 골목길에서 맡았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던 고시원은 화장실이 방에 붙어있었는데 아침마다 옆 방 남자의 노랫소리에 잠이 깨었다.

엄마품을 이제 막 떠나온 작은 마음은 그때마다 덜컥 내려앉았으나 마땅히 의지할 곳은 없었다.

낯선 사람의 샤워기 물줄기 소리까지 공유하는 그 곳에서 나는 쉴 새 없이 무너졌다.

덜컹거리는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 판자를 댄 며칠 후,

고시원 방 벽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게 결로라는 것은 더 어른이 된 후에 알았다.

그 날 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한 후 나는 고시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새로 이사한 작은 원룸에서 나는 서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지도, 멋진 시작이 있지도 않았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매일 이어졌다.




2년 전,

나는 강화도의 펜션에서 남편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마흔이 될 예정이었다.

고시원에서 나를 꺼내어 작지만 깨끗한 진짜 집에 넣어준 내 전 남친은 39살의 남편이 되어 내 곁에 있었다. 어쩐 일로 뇌에서 내린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한 결과 2022년 1월 1일 0시 0분을 캡처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화면을 보며 서른이었던 그 날을 떠올려보았다.




불혹 不惑

: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나는 아직 멋지고 근사한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어제와 다를 것 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1983년 4월 17일생. 한국 나이 41세.

2023년 6월 28일자로 연령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행정기본법과 민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나는 내일 다시 마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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