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손톱

by 나부랭



장맛비가 아침부터 쏟아져

창문을 두드렸다.

바람도 불지 않아

집 안은 눅눅하고 무거웠다.

안방에서 거실로 출근을 마치고

가만히 창 밖 회색 풍경을 쳐다본다.

이미 10시가 넘었음에도 어둑하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유튜브에서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를 검색했다.

오늘의 노래는 ‘장마’.

특별히 음색이 예쁜

여자 가수의 커버 버전을 틀어

한참을 듣는다.

마카롱을 집던 내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맨질한 손톱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화려한 것에 늘 마음을 뺏기던 시절,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던 시절,

한동안 동네 네일숍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한 번에 30만 원쯤 결제를 해 두고

주말마다 습관처럼 손톱 손질을 받았다.

알록달록한 아트를 받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손 끝에 자신감이 그려진 것 같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손톱을 자랑하고

칭찬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자존감이 충전되는 대신에

손톱은 얇아졌고 걸핏하면 찢어졌다.

급기야 피가 나는 것을 반복한 후,

샵에 다니는 것을 멈추었다.



시간이 흘러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합격을

노래하는 그 회사에

입사했을 때,

늙은 막내는 데스크 한쪽에

종이인형처럼 앉아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낯설지 않은 척을 해보았지만

누가 봐도 아직 사람 구실 못하는 애처럼 보였으리라.

평균 나이 30 초반,

젊은이들과 친해지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할미는

용기를 얻기 위해 몇 년 만에

손톱에 알록하고 달록한 별을 얹었다.

다음날, 알고 보니 대학 후배였으나

끝까지 숨긴 깍쟁이 같은 어린 선배가

내 손톱을 보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어색하고

숨 막히던 길바닥에서

나는 제법 떨지 않고 주절거렸다.

지독한 나의 낯가림이 서서히 사라지며

쪼그라들었던 자신감이 조금씩 차올랐다.




하루 종일 쏟아붓던 비가 그치고,

신선해진 공기와 함께 남편이 돌아왔다.

소박한 저녁을 차려 먹고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던 중,

남편이 초미녀 배우의 손을 보고 소리쳤다.


“뭐야, 개구리 손가락이야!”

아니 그게 왜 뭐. 얼굴이 저렇게 예쁜데

손가락이 발가락처럼 생겼으면 어떠니?

“안돼, 손가락이 예뻐야지, 자기처럼.”


묘하게 단호한 말투의 남편 덕분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존감이 머리끝까지 충전되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손톱을 손질하러

네일숍에 가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맨 손톱으로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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