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시절을 제외하고
나는 줄곧 단발머리였다.
유별나게 예민한 성격은
머리카락에도 예외가 없어
목덜미까지 자라나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처단해 버린다.
아직도
까만 긴 머리를 휘날리는
청순한 여인의 모양새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머리카락이 짧아질수록
이목구비가 살아나는
외모의 소유자인 탓에
헤어스타일은
늘 귀밑 5센티.
언뜻 생각하면
관리하기 쉽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단발머리는
굉장히 귀찮다.
첫째,
머리를 매일 감아야 한다.
이 의견에 대해
나의 남편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원래 머리는 매일 감는 거라며
갸우뚱거릴 테지만
긴 머리를 소유해 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하루쯤은 머리를 감지 않고
똥머리를 한 채로
회사에 출근한 경험이
반드시 있으리라.
하지만 단발머리는
아무리 얌전히 자고 일어났다고 해도
아침이 되면
세상 상그지처럼 머리가 눌리기 때문에
감지 아니할 수가 없다.
둘째,
미용실을 자주 가야 한다.
남편이 3주에 한 번 미용실에
가는 것을 보고
나는 연예인이냐 코웃음 쳤지만
알고 보니
나는 4주에 한 번 미용실을
가고 있었다.
아 물론
굳이 이렇게 자주 갈 필요까진 없다.
근데 나만 아는 그 지저분함.
단 1센티 차이로 덥수룩해지는
단발의 쉐입.
그렇다고 또 아직 묶이지는 않아서
속 터지는 내 마음.
이런 나름의
복잡한 이유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방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공식적인
마지막 미용실 방문은
5월 21일.
벌써 두 달째다.
지난달 퇴사의 기쁨과
백수의 게으름이 합쳐져
미용실 가는 것을
거른 탓이다.
그렇다면
나의 몰골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
머털도사가 따로 없다.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과연 나는
백수의 게으름을 이겨내고
이번달에는 미용실에
갈 수 있을 것인가.
머리 손질을 하지 않은 채로
모자 하나 휙 눌러쓰고
면티에 반바지,
스누피 지비츠가 달린
크록스를 신은 채로
동네를 활보하는 자유로움이
너무나도 반가운 요즘.
일단은 조금만 더
머털도사로 살아보기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퇴사인의 큰 기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