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by 나부랭


“옷 사지 말고 밥 사 먹어.”

독립을 한 후, 엄마는 늘 전화통화 말미에

이 말을 덧붙였다.

그 순간 엄마에게 자식의 끼니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였다.

내가 대충 건성으로 라도 “알겠어. 알겠다고.”

답을 해야만 전화를 끊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런 소중한 딸인 나는 어땠냐 하면,

편의점 삼각김밥을 한 달 내내 먹을지라도

옷과 신발은 마음껏 사는 편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항상 가진 것보다

갖고 싶은 게 더 많았던 망나니 딸은

월급의 대부분을 ‘쓸모없지만 예쁜 것’을 사느라

다 써버렸다.

그리하여 엄마가 궁금해하던 내 삼시 세끼는

대부분 하루 두 끼로 끝났다.

전 날 들이부은 술이 아직 깨지 못해 흔들리는

뇌를 붙잡은채로 아침 공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겨우 마셨고,

점심은 늘 선배들이 고르는 메뉴를 함께 먹었다.

저녁에는 회식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달고 살았고,

운이 좋아 칼 같은 퇴근을 하여도 맥주에 치킨을 먹다 잠들었다.

나는 아마도 황폐해졌다.

높은 칼로리를 섭취했지만 어쩐지 메말라갔다.


남편이 생기고 난 후에도 일정기간

나의 식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맞벌이 부부의 삶에서 식사 챙기기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배달음식은 생명유지의 필수품이었다.

팬데믹 이후에는 밀키트를 찬양하게 되었다.

대기업 연구원들이 사활을 걸고 만들어 놓은

다양한 식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만 하면,

내 집 문 앞에 내일 새벽이면 배달되다니!

정말 좋은 세상이구나! 감사했다.

출퇴근 시간이 서로 달랐던 나와 남편은

각자 밥을 먹는 날이 많았고,

“그냥 대충 먹었어.” 하는 날이 쌓여갔다.

지갑이 여유로워졌어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고요한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본다.

생수와 탄산음료, 맥주만 가득하다.

어제저녁으로 시켜 먹고 남은 찜닭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퇴근한 남편을 데리고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갔다. 카트 하나 가득 우리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실었다.

수박 한 통을 고르기 위해 한참을 고민했다.

무엇이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집에 돌아와 자른 수박은 아주 빨갛고 싱그러웠다. 잘 익은 수박을 고른 우리가 대견했다.

초록의 파와 청양고추, 하얀 양파와 마늘, 소고기와 미역을 냉장고와 주방 서랍에 착착 정리했다.

여전히 엉망인 요리 실력으로 한 시간이 걸려

소고기 미역국 하나를 완성했다.

따끈한 국물이 목구멍으로 흘러 내 몸 안으로 담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꼭꼭 씹어 삼켰다.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나 옷 안 사고 맛있는 밥 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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