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혼자 친정에 갔다.

by 나부랭


나는 벌써 40살이나 되었지만

지지난주에 퇴사한 건

아직 부모님께 비밀이다.


이미 8년 전에 결혼해서

남편도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 나는

그저 우리 애.


걱정인형을 집에 쌓아두고 사는

엄마에게 퇴사했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 전 올리는 엄마의 기도에

나의 지분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므로 일단은 가만히 두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마침 똑 떨어진 김치를

받아와야 하는

엄마집 방문일정은

남편 혼자 수행하기로 했다.


나의 남편과 우리 부모님의

관계를 잠시 설명해 보자.


어느 날, 나와 남편이

엄마집 앞에서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

언제부터 나와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우리 엄마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내가 본 적도 없는

세상 환한 미소를 띠고.


저녁메뉴를 골라보자.

우리 남편이 먹지 않는

회, 각종 해산물, 장어 등은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다.


결혼 전

우리 집 서열 1순위였던 나는

결혼 후

맨 마지막 서열로 밀렸다.


명절 밥상에 남편이 좋아하는

꼬막무침과 소고기만 올라온 지

벌써 8년째.


오늘도 아마

한상 가득 꼬막과 소고기와

삼계탕이 올라오겠지.

(오늘은 초복이니깐요)


남편이 김치를 가지러 떠나고

혼자 남아 세탁기를 돌린다.

우리 집에 가는 남편을 배웅하는

남겨진 딸의 심정.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마음이 낯설어

생전 하지도 않던

손빨래를 한다.


엄마, 아빠, 남편아

셋이서 행복하게

저녁 드세요.


저는 혼자서

초밥 특 사이즈를

먹어보도록 할게요.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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