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가장 좋은 점은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
완벽한 저녁형 인간인 나는
당연히 아침잠도 많아서
10시 이전에는 잘 일어나지 못한다.
혹시나 일어나더라도
사람이라기보다는
좀비에 가깝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은
보통은 6시-7시 사이에 일어나
침대에 누운 채로 꼼지락거리며
SNS 좋아요를 100개쯤 누르고
명언이 담긴 릴스 영상 10개쯤에
나를 태그 한다.
본인만의
기상 루틴을 마치고 나면,
조용히 일어나 뽀짝거리며
방문을 닫고 나간다.
(발바닥이 통통해 걸을 때마다
뽀짝거리는 소리가 나요.
뽀로로는 아니에요.)
아침형 인간이지만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은
출근 준비를 마친 후,
커피를 내린다.
사나이답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하니 곧 얼음을 꺼낼 것이다.
'와랄랄라라ㅏ나라아하아타아라라'
오늘따라 얼음이 뭉쳐서 얼려졌나 보다.
'탕타타타라아탕탕탙앙아타타타아앙'
상쾌한 아침이다.
귓구녕도 예민하여
시끄러우면 잠을 못 자는
좀비가 거실로 어그적거리며 나간다.
'아 왜 벌써 일어났어~
이제 출근도 안 하는데,
얼른 더 자 더 자.'
우리 남편,
정말 상냥하기도 하지.
다시 돌아온 안방 침대에 누워
못다 꾼 드림 속으로 빠져들어본다.
발치에 둔 선풍기의 약한 바람이
살랑거리며 발끝을 타고 올라와
나른하게 잠이 몰려오는 바로 그 순간,
'벌컥'
(깜짝)
'나 일하로 다녀오께.'
백수인 와이프가 행여나
잠 못 잘까 봐 걱정하는
나의 다정한 남편은
오늘도 조용히 살금살금
출근을 하였다.
남편이 딱 한 번만 뿌린다는
크리드 향수의 잔향이
집안 곳곳에 나부낀다.
덕분에 정신이 돌아와
사람이 된 나는,
거실에 멍하니 앉아
아직 꺼지지 않은 커피머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기로 한다.
오늘도 모닝콜은
와랄랄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