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를 믿어유

by 나하나

오늘 아침 일찍 출근했다. 했는데 동백이를 보면서 하도 울어서인지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 숨이 딸렸다. 정답이 없는 일이 눈앞에 산처럼 막고 있어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막막한 기분이 몰려온다. 이럴 때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책하게 되는데 의미와 가치가 내 머리끄덩이를 휘어잡는다.


활동비가 두 달 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보고에 벌써 허기가 져서 꼬로록 소리가 들린다. 영화 볼 여유가 없어 극장을 박차고 나와 걷는 와중에도 ‘해야 할 일’이라고 적힌 메모에 한 일을 지우고 해야 할 일을 채운다.


어제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나온 단어 ‘나이브’가 불쑥 떠오르더니, 너무 그런 사람이라 스스로를 이리저리 치고 다니는 건가?? 물음표 끝에는 한숨이 찍히니까 그만하자고 마음먹지만, ‘과연 지금 야금야금 행복을 따먹고 있는 것인가?’, 또 다른 한숨이 튀어나온다.


오늘 읽은 내 작품에 대한 리뷰에 ‘감독의 욕망’에 대한 대목이 있던데,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서 이런가? 뿜어져 나오는 두숨 세숨을 쉬면서 동백이를 마지막으로 보는데,

“나는 기적보다 나를 믿어요.”

“나도 너를 믿어유.”.

어쩌면 이 한마디 듣기 위해 이리도 아등바등이다. 당장, 나를 믿는 사람과 내 앞에 놓인 꽃밭부터 음미해야 하는데, 그게 이렇게도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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