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바다처럼

by 엄마달



어릴때 내가 살던 곳으로 여행을 갔다.여기사는 내내 자주 그랬지. 도시로 갈꺼라고. 답답하다고. 그런데 이제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왜 휴가때마다 돌아오는가. 이번여행에서 스노쿨링을 처음해봤고 고등어회를 처음 먹어봤다. 여행계획을 하며 남편은 스노쿨링하는 곳만 알아봤지만 나는 좀 내키지 않았다. 바다는 들어가는것보다 나는 그냥 보는게 좋다고 늘 생각했다. 수영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튜브만 타고 있어도 놀이기구를 탄것마냥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울렁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에 둥둥 떠서 속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스노쿨링이라니 나는 벌써 멀미가 나는것 같았다. 나는 늘 새로운것들을 해보려는 남편을 따라다니는것이 신기할때도 많고 부담스러울때도 많다. 해외도 아니고 물속에 뭐 그렇게 화려하게 볼것이 있을까 하며 별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들어가 깊은곳까지 갔다. 귀엽고 넙적한 줄무니 물고기들떼가 디즈니의 한장면 처럼 내 눈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나는 탄성을 지르다 물을 먹고 말았다. 셀수도 없이 많은 고기떼가 내몸을 스치고 지나가거나 나를 중앙에 놓고 휩싸이기도 하고 너무 깊은 바닷속까지 보게 되는게 어디서 뭐가 튀어나오는건 아닌가 아득한곳이 무섭기도 하고 별의별 모양의 색깔과 크기의 물고기를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정말 생각지 못한 광경과 경험이었다. 아들과 나는 고기떼를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손가락질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걸 안했으면 정말 어쩔뻔 했나. 보고난 나는 정말 후회할뻔 했다 생각했다. 안본 나는 후회할것도 없었을테지..


한참 바닷속에 정신이 빼앗겨 있다가 지친몸을 쉬게하려 바위에 올라와 앉았다. 어쩜 이렇게 안성맞춤 바위가.. 물이 자작하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꼭 누가 일부러 앉으라고 용왕님이 만들어놓은 바위처럼 그런 평평한 자리가 있었다. 허리까지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은 잔잔하고 실려오는 냄새는 온갖 바다향이 난다.햇살은 따뜻하고 파도가 나를 만지듯 내몸을 휘감듯 간지럽히고 빠져나가기가 수도없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자리에서 온전히 나자신과 연결되어있는것 같았다.


무수히도 많은 소라게들이 귀엽게도 다닥다닥 거리며 내옆에서 노닌다. 파도가 들어올때마다 숨고 나갈때마다 따개비사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난다. 그 작은 바위에도 나있던 수많은 해초들을 어루만지며. 물결을 느끼며. 그 깊은 물속에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아주작은 소라게부터 저 넓은 푸른바다와 하늘까지 그순간 나는 그렇게 창조주가 지은 온세상과 나또한도 그 일부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의 선언문이 담겨있는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되어서 더욱 그랬다. 인디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대하는 마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 심장이 뛰고 설레어하던 모습들. 하루하루를 그렇게 심장이 뛰는듯한 모험으로 삼는 그들의 마음에 나도 물들어있었다. 온 오감으로 그 경이로움이 느껴졌다.이 모든 생명체가 그중에 나라는 생명의 존재도 말이다.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로 말이다

내 학창시절을 모두 보냈던 곳인데. 나는 이렇게 깊은 물까지 와본적이 없기에. 들여다 보고싶었던적 없기에 이런 광경을 보지 못했다. 오래 함께했다해도 나는 반의 반도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을까 가까이에 있지만 보지 못하고 지나쳐간 아름다운 것들이. 소중한 것들이.


녹초가 된 몸으로 숙소로 걸어가는길에 대야에 오징어를 파는 상인을 보았다. 어릴때는 더 자주 맛보았던 오징어회. 그 달큰한 맛을 아이들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몇마리 샀다. 오징어를 썰던 수더분한 아저씨는 내게 옆에있던 고등어를 추천했다. 고등어회 드셔보셨냐며. 고등어회는 잡으면 금방 죽기도 하고 그 신선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흔하게 먹을수 없다며 한번 먹어보라며. 한번먹으면 또 찾을수 밖에 없게 될꺼라고 장담을 하셨다. 구워먹어만 봤지. 비릿할것 같은 예상이 계속 되었지만 깊은 바다를 처음 보고 감격에 젖어있던 때라 그래 또 시도해보자 싶어 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이고장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분이었다. 어릴때 학교만 다녀오면 해변에 가방을 던져놓고 친구들과 바다로 매일매일 뛰어들었던 시절. 계절마다 변하는 이곳의 바다의 섬세한 특징들과 이거만 썰어주고 어릴때 그 친구들과 또 만나 술한잔 할 계획까지 신이나 하시는 끝도없는 이야기를 듣는게 내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 사는 동안 나는 자주 생각하고 말했었다. 꼭 떠날꺼라고 난 도시가서 서울가서 살꺼라고. 이 답답한 곳에서 절대 내 청춘을 다 보낼수 없다고. 내게 고백하던 그사람에게도 지금 너랑 연애를 시작하면 혹여 여기 눌러앉을까봐 싫다고 상처를 주던 그 풋내다던 날까지 잠시 떠올랐다. 그래서 말한대로 다 이룬 나는 지금 속이 시원한가 물어보니 주춤거린다. 나는 휴가때마다 그렇게 떠나고싶다던 이곳으로 왜 꼬박꼬박 돌아오는지. 내앞에 이 아저씨가 왜 이렇게 행복하고 충만한 삶으로 느껴지는지. 아파트 숲 사이를 오가는 나의 일상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노을도 주방의 작은 창으로 보는게 대다수인 나의 일상이 떠오르며 잠시 조금 우울해지는것도 같았다. 그렇게 도시를 외치던 시골소녀는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그래서 원하는바가 다 이루어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결말에 머물러 있는지를..

오징어와 고등어가 들은 검은 비닐봉지를 무릎에 부딫히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에게 자꾸 묻게 되었다.

몸에 물고기 비늘을 가득 묻히고 콧노래를 부르며 싱글벙글 설레임에 찬 얼굴로 회를 썰던 그 아저씨 얼굴이 왜이렇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던지. 아마도 내 일상에서 목말랐던 모습이었던것 같았다.

깨끗히 모두 씻고 소박한 회들을 펼쳐놓고 맛을 보려 하니 창밖 해지는 해변에서 폭죽놀이들이 시작 되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폭죽들을 보며 고등어회를 입에 넣는 순간 서로를 보며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무 맛있었다. 아들도 고등어회가 이렇게 맛있는거였어? 동공이 확대되며 내일도 또 먹고 싶다며. 아저씨 말이 정말 맞았다. 여기 또 오자고 다음에와서도 이 고등어회는 꼭 또 먹자고 힘주어 말하는 아들덕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돌아가면 공원에라도 자주 가야지. 시멘트 세상에 별생각 없이 갇혀있지 말고 자주자주 동네의 자연의 곁에 자주 가야지. 새로운 경험. 처음해보는거 용기있게 해봐야지. 매일매일 삶을 설레이는 모험으로 대하는 것을 나이를 핑계로 숨지 말아야지. 그 바위에 앉아서 나도 이 무수한 생명체들중 하나였다는 그 혼연일체의 감격을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나도 그 바다처럼 그 고등어처럼 그 아저씨처럼 싱싱히 살아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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