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내렸다.
눈사람을 만들었다. 밤에 나갔다.
겨울방학동안 이녀석들이 자꾸 낮에는 계속 안나가고 싶다고 하다가 밤이되면 너구리들처럼 나가고 싶어한다 지금 공원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고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이 많을것 같았지만 어둡고 인적이 드문곳에 가면 무섭고 조금 위험할수도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번화가를 가르는 얕은 물줄기에 조성된 공원에 갔다
온갖 불빛들로 별별색의 아름다운 야경이 아무도 밟지 않은 흰눈에 물들어 있었다
추운공기에 옷을 부여잡고 다리를 건너는 퇴근길의 사람들.
다리 아래에서 우리는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말았다
펑펑 내리는 눈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눈을 굴리는 모습은 내가 봐도 동화같고 예뻤다
사진을 찍으며 멈춰서서 웃으며 보는 몇몇의 사람들.
괜히 눈덩이를 던지며 장난을 거는 고등학생들.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흰눈덩이를 굴리고 굴렸다.
눈덩이가 커지는 재미. 그 흰눈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듯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하얀 눈처럼 마음이 희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사람이 눈을 굴리니 눈덩이는 세개가 되고 어느것도 작은것 없이 커다래져서 우리가 눈사람 얼굴로 올릴만한게 없었다.
곧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던 남편에게 전화해 보았다. 눈덩이를 만들었는데 너무 커서 얼굴을 올릴수가 없다고~퇴근하고 바로 오겠다던 남편은 일이 늦어져 어렵다고 했다. 아들이 옆에 있는 바위로 스르륵 밀어 올려 몸통 위에 얼굴을 올려보자고 했다. 끙끙거리고 있는 우리를 보고 한 젊은 연인들은 와서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는것 같았다. 우리셋은 으아아~~ 소리를 지르며 정말 바위로 눈덩이를 밀어 몸통에 올렸다. 정말 눈이 잘 붙었다. 어떤 조건이면 눈이 이렇게 잘 붙고 뭉쳐지는지 과학적으로 모르지만 오늘. 지금이 분명한 조건인건 확실했다. 돌과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얼굴과 팔을 만들었다. 딸은 너무 귀엽다며 자기 옷이 다 젖도록 눈사람을 안고 또 안았다. 행복했다. 아이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참 행복해진다. 행복하다는 말이 정확히 뭘까 파헤쳐보고 분석해보고 싶을때가 있다. 그런데 이럴때는 그냥 행복하다는 표현이 꽉 차오르게 딱맞는 말로 느껴진다. 아이들은 어땠을까.아마 나와 동일했을것 같다. 우리 눈 올때마다 이렇게 눈사람 만들어서 이제 너무 잘 만든다며. 아들은 "엄마~ 우리가 집앞에 눈사람 만들어드립니다 하고 당근에 올려도 되겠다" 했다. 너무 우껴서 다같이 허리를 젖히며 푸하하했다. 자연과 아이들과 함께 할때 나는 참 행복한것 같다. 오늘도 우리 가정을 위해 늦게까지 수고하는 남편이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오면 뜨끈한 어묵탕이라도 끓여줘야지 했다. 딸은 눈사람 이름을 하양이라 지어주고 하양이의 머리 위에도 주변에도 눈오리들을 가득 만들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우리는 돌아보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걸어갔다.
"하양아 잘있어. 안녕~ 혼자 너무 외로워보여. 옆에 눈사람 하나 더 만들어줄껄 그랬어~~"
집에 와서도 "녹지 않았겠지? 누가 발로 차지 않았겠지? 그랬으면 그사람은 진짜 나쁜사람이야~ "
자꾸 걱정을 하는 우리셋이었다. 그곳에서 오래오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같이 사진을 찍고 힘든 퇴근길 잠시 웃음짓게 하고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하양이로 서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Don't cry snowman을 들으며 자이언티의 '눈'을 들으며 돌아왔다.
충만한 하루. 충분한 하루였다.
하양아 내년에 또 만나자. 그때는 더더 크게 만들어줄께. 옆에 친구도 만들어줄께.
오늘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