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드르륵드르륵 재봉질
이곳으로 이사 올 무렵 동네 문화센터에 등록하여 일주일에 한 번, 야간 초보반에서 재봉을 배웠다. 어릴 적부터 재봉틀이 집에 있긴 했지만 한 번도 만져본 적 없으니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문화센터 수업만 듣고는 진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고급반 학생이 쓰던 중고 재봉틀을 사서 집에서도 박음질을 했다.
수업은 어려웠지만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한 가지씩 만들어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첫 결과물은 파우치였다. 처음 하는 것치고는 여러 조각을 이어붙이는 제법 고난도의 작품이었다. 그다음은 방석, 그다음은 고무줄 바지를 만들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방석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두 개만 만들면 되는 것을 네 개를 목표로 만들었다. 그런데 방석 한 개는 앞면 열두 조각에 뒷면과 속지까지 모두 이어붙여야 했다. 네 개의 방석에 들어가는 조각을 모두 재단해서 자르고 박음질하고 지퍼를 달다 보니, 며칠을 자정이 넘도록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돌려야만 했다. 아파트에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방석 네 개를 다 만들어서 식탁 의자에 깔았더니 뿌듯하면서도 정말 내가 만들었나 신기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었다. 1년 정도 배운 후 재봉반을 그만뒀는데, 그 후에도 간단히 집에서 필요한 건 천을 떠다가 만들어 쓰고 있다. 섬세한 건 어렵기도 하고 또 시간을 많이 빼앗으니 못 만들지만, 쓰던 커튼을 고쳐 쓰거나 수건, 컵 받침 등 적은 시간을 들여 잘 쓸 수 있는 물건은 곧잘 만들어 쓴다. 굴러다니는 자투리 털실을 모아 코바늘로 둥글게 떠서 가운데에 부직포를 넣고 뒷면엔 광목을 대어서 둥근 방석을 만들기도 했다. 버릴 옷의 주머니를 떼어 에코백 포켓을 만들거나 레이스를 옮겨 달아서 전혀 다른 가방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창작의 즐거움은 시간을 잊고 몰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글을 다듬으며 새로운 문장을 탄생시키든지 꽃 한 송이를 그리든지 천을 이어붙여 쓸 만한 소품을 만들어내든지, 무엇이든 창작에 투자하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무엇엔가 집중하여 열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삶을 시들지 않게 한다. 니체 또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창조하는 인간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의해 휘는 나무처럼, 사람들의 의지를 꺾는 삶의 고초를 창작의 즐거움으로나마 잘 이겨내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꽃밭에 씨를 뿌려 꽃을 기대하는 것, 텃밭의 잡초를 뽑아내고 배추 모종을 사다 심는 것, 또 내년 봄을 위해 웃자란 가지를 자르고 나무의 모양을 새롭게 잡아주는 것도 꼼지락꼼지락 손으로 하는 창작이다. 계속 창작자의 삶을 살기 위해 안팎이 궁금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