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네 가족의 목공 이야기
네 가족이 함께 ALC로 집을 짓고 난 후에도 가끔 만나 집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오일 스테인은 어떤 제품이 좋은지, 빨래 건조장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집 구조를 어떻게 바꿨는지‧‧‧‧‧‧. 서로 궁금했던 것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다.
집을 짓고 난 후 아직 힘이 남아 있었던지 의견을 모아 용감하게도 원목을 몽땅 샀다. 수입산 소나무를 한 가족당 백만 원쯤 투자하여 샀더니 그 양이 산더미였다. 마침 비닐하우스가 있는 용복동 집에 보관하며 말리기로 했다. 필요한 장비를 사서 용복동 창고와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험이 없던 터라 목공소에서 처음 잘라온 나무가 너무 두꺼워서 트럭을 불러 싣고 가서 다시 얇게 켜왔다. 그런 후 나무를 나누고 각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방학 때 그 일을 했다. 그러니까 여름엔 수박을 잘라 먹고 냉커피를 마시며, 또 겨울엔 불을 피워 몸을 녹여가며 나무를 자르고 사포질을 하고 오일을 발랐다. 또 평철과 각관을 사다가 자르고 용접하고 사포질하고 구멍을 뚫고 색을 칠하여, 식탁이나 장의자의 다리를 만들어 붙였다. 하다 보니 가구 만드는 공장 같았다.
처음에는 계획이 창대했다.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들거나 지인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주거나, 또는 원하는 사람에겐 팔아서 경비에 보태도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제품은 튼튼하기는 했지만 날렵하거나 세련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들에게 강제 선물을 하게 되었다.
4년 정도 틈틈이 만들었지만 그래도 나무가 좀 남았는데, 이제는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무엇이든 다 만들어야만 했다. 그때는 나무를 어서 소모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함께 만든 물건을 잘 쓰고 있을 때, 내가 선물했던 식탁이 지인 집에 놓여 있는 걸 볼 때 뿌듯하다. 손수 만들어 쓰고 있는 식탁의 두께를 손으로 재어보며, 또 촘촘한 무늬가 된 나이테의 질감을 쓰다듬으며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은 그렇게 서로의 성장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테니까.
사실 한 분이 있었기에 모든 일이 가능했다. 같이 집을 짓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인연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맥가이버’라고 불렸던 그분은 설계도도 없이 뚝딱뚝딱 물건을 만들어 냈다. 그분의 진두지휘 아래 탁자도 만들고 의자도 만들고 침대도 만들고 데크도 만들고 대문도 만들고, 어떤 집은 창고도 짓고 찜질방도 만들었다. 우리는 지시에 따라 자르고 다듬고 못을 박고 색을 칠했다.
나중에 목공 수업을 잠깐 받아보니, 목공의 첫 단계는 설계였다. 지면에 세밀히 자로 재며 설계도를 실물처럼 그려야 했다. 그리고 설계도에 있는 길이에다 톱질로 잘려나갈 여분의 길이까지를 더해서 나무를 잘라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도 잘도 만들었다.
맥가이버 선생님이 새 아파트로 이사했을 땐, 모두가 가서 재료만 사다가 리모델링을 함께 했었다. 인건비나 운반비가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용을 꽤 절감할 수 있었다.
가끔 집으로 초대하면 달려가 그동안 달라진 집을 구경하기도 하는데, 연장을 갖추고 있는 집은 좀 더 좋은 원목을 사다가 근사한 식탁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또 마당 구조를 새롭게 바꾸기도 하여 갈 때마다 달라진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에는 맥가이버 선생님이 시골에 땅을 샀다. 여러 가지 형편이 맞으면 그곳에 집을 지을 것이다. 그때는 또 모두 달려가 즐겁게 힘을 보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