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자연을 재현하다
울안에 핀 꽃 중 한두 송이를 꺾어 화병에 꽂기는 하지만 따로 꽃꽃이를 배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꽃을 배울 기회가 생겼다. 고용노동부에서 배움카드를 만들면 커피나 빵, 목공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기 많은 곳은 일찍 마감되기 때문에 미리 학원과 시간을 조율해야 했다. 그중 시간이 맞는 화훼장식을 선택해서 꽃을 배우게 되었다.
화훼장식은 일주일에 이틀, 3개월 과정이었는데 꽃을 꽂아 더 예쁘고 싱싱해 보이도록 하는 여러 가지 꽃꽂이flower arrangement를 배우면서 꽃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꽃다발, 꽃바구니, 갈란드, 부케, 리스, 센터피스 등을 만들어보고 포장하며 다양한 꽃꽂이를 경험하였다. 그러면서 꽃이 더 좋아졌다. 더하기와 빼기를 잘하고 또 알맞은 길이, 적절한 위치와 방향을 선택한다면 최고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시를 완성해 가는 과정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꽃꽂이가 진선미를 중요시하며 정형화되어 있었다면, 지금의 꽃꽂이는 자연스럽게 높낮이를 달리하여 공간감을 살리는 것과 창의성을 중요시한다. 남들과 다르게 꽃을 꽂는다면 무조건 눈길을 끈다. 남들과 다른 삶의 모습이 관심을 받는 요즘 세태와도 맥락이 닿아 있지 않나. 꽃을 배우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 역시 자연만큼 멋진 꽃꽂이는 없다는 것. 산이나 들에 핀 풀꽃 무더기, 또 나무와 풀의 조화로움은 어떤 꽃다발보다 세련되고 값져 보인다. 그 자연스러움을 재현하는 게 요즘의 꽃꽂이인 것 같다.
꽃은 피부와 마찬가지여서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서 오래 간다. 9~13°C의 서늘한 곳에서 꽃을 가장 오래 볼 수 있다. 또 비닐 포장지는 습도를 너무 높이므로 빨리 벗기는 게 좋다. 온도 차가 심하면 오히려 꽃을 상하게 하며, 뜨거운 햇볕이나 온열 기구의 바람은 꽃을 시들게 한다. 세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화병은 매일 닦고, 신선한 물로 갈아줘야 꽃을 오래 싱싱하게 볼 수 있다. 물을 갈아 줄 때는 줄기 끝을 가위로 잘라서 계속 신선한 단면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단면이 넓을수록 물을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줄기 끝을 대각선으로 잘라주면 좋다. 수국은 이름만큼이나 물을 아주 좋아해서 꽃이 마르지 않게 스프레이로 뿌려주거나 물에 꽃을 푹 담가 관리해야 한다. 국화나 들꽃 종류는 꽃이 상하지 않게 종이로 감싼 다음 줄기 끝부분 3~5cm를 끓는 물에 1분 정도 담가 열탕 처리를 한 후, 찬물에 담가 물 올림을 하면 더 오래 볼 수 있다. 줄기 끝에서 진액이 나오는 꽃은 끓는 물에 30초 정도 담그거나 성냥불에 그을리면 더 오래 간다. 또 꽃가루가 날리는 백합 같은 경우엔 만개하기 전에 미리 꽃술을 제거해야 여기저기 묻을 염려가 없다.
수업 전에 보통은 덩어리 꽃인 매스와 배경이 되는 그린을 나눠주는데, 선생님이 생강초(설악초)를 아주 소량씩 주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린이라고 하였다. 귀를 의심했다. 봄이 되면 밭이고 마당이고 구별 없이 돋아나던 싹을 뽑아내느라 바빴었다. 그런데 그 꽃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밭에 많이 피어있는 사진을 보여줬더니 다들 놀랐다. 수업 마지막 날 설악초 나눔을 했다. 씨로 번식하는 것은 한 송이만 있어도 수천, 수만 송이가 된다. 내게 있으면 귀한 줄 모르지만 내게 없으면 귀한 것이다.
꽃을 공부하며 꽃이 얼마나 다양하게 쓰이는지 새로운 발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