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남이 Sep 13. 2021

누군가의 마지막 일정에 초대받는다면

부고 위로를 전하는 방법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마지막 일정에 초대받는 일이 빈번해진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익숙한 척 대처하고 있지만 장례식장에 가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어떤 말을 전하는 게 좋을지에 아직도 능숙하지 못하다.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을 제외하면 나와 직접적으로 알고 지낸 사람의 장례식에 가 본일은 아직 거의 없다. 그것 마저도 너무 어릴 때의 일이라 시골 장례식장의 풍경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부고 문자를 받으면 그들의 죽음이 너무 무감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대게 고인은 지인의 부모 이거나 조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지인에게는 부모라는 우주가 사라지는 엄청난 사건인 것인데도 내게는 그저 텍스트에 지나지 않는 다고 해야 할까.


무감각하다고 느끼는 건 이런 것이다. 부고 소식을 들으면 ‘봉투에 돈은 얼마나 넣어야 할지, 옷은 갈아 입고 갈지 그냥 갈지, 지방인데 직접 갈지 돈만 보낼지’ 등의 일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어쩐지 어른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의 첫 번째 지인 장례식은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로 기억한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단체로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나는 친구가 눈이 퉁퉁 부어 울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서 많이 놀랐다. 친구의 환한 웃음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어른스럽게 보였다.


앞사람의 행동을 흘끔 훔치며 쭈뼛쭈뼛 절을 올리고 밥을 먹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며칠 새 어른이 된 친구가 음식을 막 당겨주면서 많이 먹으라며 또 웃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네 고민 있거나 어려운 일 있으면 여기서 우리 엄마한테 다 얘기하고 가. 우리 엄마가 하늘에 올라갈 때 다 가지고 가실 거야. 엄마가 친구들 오면 꼭 말하고 가라고 그랬어”


이 날 내가 정말 고민을 얘기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눈에도 친구의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셨을지, 얼마나 깊은 사랑을 친구에게 주고 떠나셨을지는 짐작이 되었다.


얼마 전 투병 생활 끝에 작고 하신 회사 선배의 어머니 장례식에 다녀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인사를 건넬지 생각하며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투병 생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내게는 늘 고마운 선배라 더욱 진심이 담긴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그날의 장례식이 문득 생각났다. ‘고인에게는 어떤 말을  전하면 좋을까?’


묵념을 하며 나는 이렇게 고인에게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선배와 일 하고 있는 후배입니다. 회사에서 OO선배 덕을 아주 많이 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고인이 좋은 사람으로 키워주신 덕분에 저도 좋은 선배와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예의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선배의 좋은 성품은 고인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혜택을 동료인 내가 받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당신이 키운 자식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있는지 알고 가신다면 자식을 남기고 떠나시는 마음이 조금은 안심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부고 문자에 어떤 인사를 드리면 좋을지 조금은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덜 어색하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 키즈존’이라는 꼬리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