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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Feb 19. 2016

유쾌한 절망, 음악이 주는 자유

편지의 이중창 Che soave zeffiretto / Mozart

모차르트W.A Mozart의 음악은 심각하지 않다.

어쩌면 심각한 내용조차 유쾌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Requiem은 몹시 심각하지만, 

그건 죽음을 소재로 한 거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 

하녀 신분에, 주인이 법과 힘으로 결혼 전에 '초야권'이라는 괴상한 권리를 주장하면 마음이 어떨까?

사랑하는 신랑은 그 사실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몰라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하지만 소용이 없다.


심각하게 보자면 절망적인 이 내용이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의 중심 이야기다.


하녀 수잔나를 탐욕으로 바라보는 알마비바 백작의 부인 로지나가 수잔나와 함께 가짜 편지를 쓴다. 백작을 만나자고 수잔나의 이름으로 유혹의 편지를 쓴 것이다.

https://youtu.be/gaVIwwNhocg

Kiri Te Kanawa & Ileana Cotrubas

수잔나로 변장을 한 백작부인이 그 자리에 나가 백작을 만난다. 그리고 백작이 반지를 주며 사랑의 고백을 하는 것까지 듣고 난 뒤 자신을 드러낸다.


결국 공개적으로 사과를 받아내며 이 '심각한' 소동은 끝이 난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은 당시 귀족들의 이런 비도덕적인 모습을 풍자하고 조롱하기까지 한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https://youtu.be/iMvpSHe3lEM

Hillevi Martinpelto(LA CONTESSA DI ALMAVIVA) and Alison Hagley (SUSANNA)

편지의 이중창Che soave zeffiretto은 영화 쇼생크 탈출(1994)에 삽입되어 더 유명해졌다.

자유라고는 숨 쉬는 것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는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모차르트의 이 유쾌하고 풍자 가득한 음악을 소리 높여 '방송'한다.


그 소리에 또 다른 주인공 레드의 독백이 이어진다.


"난 두 이태리 여자가 무얼 노래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어떤 건 얘기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일 때가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무언가를 노래했었고, 그 아름다움은 가슴을 시리게 했다. 마치 아름다운 새가 날아와 벽을 허물어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잠시나마, 그 음악이 흐르는 순간 쇼생크 안의 모든 것이 자유를 느꼈다."


가사를 보면 레드의 독백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내용이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저녁에 소나무 아래로... 이 정도면 나머지는 그가 다 알 거야


위의 한 줄짜리 문장을 백작부인이 부르면 수잔나가 받아 적는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이 가사에, 이 장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죄수들이 모두 자유를 느낄 지경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죄수들이 느끼는 자유를 함께 느낀다. 심지어 증폭되어 전달되기까지 한다.


절망조차 유쾌하게 만들어버리는 모차르트, 

그는 이 아리아를 통해 우리에게, 인류 모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있다.

https://youtu.be/SEinuIccVcM

The Shawshank Redemption: A scene of Mozart's Aria from Le nozze di Figaro

•영화 쇼생크 탈출의 사운드 트랙에 사용된 편지의 이중창Che soave zeffiretto카를 뵘Karl Böhm 지휘하는 베를린 도이체 오퍼 오케스트라Berlin Deutsche Oper Orchestra의 1968년 녹음으로, 수잔나Susanna 역에 스위스 출신의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Edith mathis가, 알마비바 백작부인La Contessa di Almaviva 역에는 독일이 자랑하는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Gundula janowitz가 노래한다.


Susanna : Sull'aria... 산들바람이...

Contessa : Che soave zeffiretto...  부드럽고 신선한 미풍이

Susanna : zeffiretto...신선한 미풍이

Contessa : Questa sera spirera...오늘 저녁에도 바람이 살랑거리겠죠

Susanna : Questa sera spirera...오늘 저녁에도 바람이 살랑거리겠죠

Contessa : Sotto pini del boschetto. 작은 숲에 있는 소나무 아래로

Susanna : Sotto pini...소나무 아래로...

Contessa : Sotto pini del boschetto. 작은 숲에 있는 소나무 아래로

Susanna : Sotto pini... del boschetto. 작은 숲에 있는... 소나무 아래로

Contessa : Ei gia il resto capira. 그러면 나머지는 그가 다 알 거야.

Susanna/Contessa : Certo, certo il capira. 분명해, 분명히 그는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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