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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Jan 02. 2016

빅맨, 토마스 크바스토프 Thomas Quasthoff

편협한 세상에 대한 작은 거인의 선물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성산대교를 넘고 있었다. 문득 차 안이 너무 조용하단 생각에 라디오를 틀었다. 늘 듣던 93.1 MHz, KBS1 FM, 클래식 방송이다.


라디오를 켜자마자 재즈가 들린다. 늦은 밤, 클래식 방송에서 진행하는 재즈 시간. 부드럽고 깊은 색채가 느껴지는 가수의 목소리가 그 밤과 잘 어울렸다.


'You and I'


노래는 클라이맥스에서 나를 눈물 흘리게 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가수가 누굴까?

DJ의 소개를 귀 기울여 기다렸다.


'베이스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재즈 앨범 가운데…'



토마스 크바스토프 Thomas Quasthoff

1959년 독일 출생

키 132cm

오른 손가락 4개

왼 손가락 3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태어난 기형아.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중반까지 판매된 임산부 입덧 방지제로, 1953년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57년 8월에 시판되었다.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기적의 약이라고 광고했다. 독일과 영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면서 판매가 중지된다.


탈리도마이드에 의한 기형아 출산은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었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8천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다.


사지가 없거나, 있어도 짧고 손발가락이 모두 없거나 일부가 소실된 기형아를 출산했다. 임신 초기에 이 약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100%였다고 한다.



하노버 음대 입학 실패.

성악가를 꿈꾸던 그에게 신체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가 필수였던 당시의 음대 입시 방식 때문에 응시 자체가 불가능했다. 7개뿐인 손가락도 문제지만 팔이 짧아서 피아노 건반에 제대로 손을 얹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하노버대학 법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학교 앞 재즈바에서 노래를 불렀다.


물론 오페라도 가곡도 아닌 재즈를 불렀다.


그리고 수많은 클래식 스승들을 만난다. 대부분 CD를 통해서다.


졸업 후 은행원으로 생활한다.


1988년 30세의 나이에 ARD 국제 음악 콩쿠르를 통해 데뷔한다. 당당히 1등 수상.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북독일 방송에서 아나운서와 성우로 일을 한다.


2003년 43세에 드디어 오페라에 데뷔한다. 그 작고 비정상적인 몸으로 오페라에 출연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녹음을 남겼다.


1999년, 2003년, 2005년 그래미 클래식 성악 부분 최고 연주상 수상.


2012년 1월 공식 은퇴.


현재 한스 아이슬러 음악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형이 기록한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자서전. 'Die Stimme'는 '목소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빅맨 빅보이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날 내가 들었던 재즈는 2006년에 발매된 <Watch What  Happens>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다. 시각 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You and I>



그의 목소리는, 그의 노래에는 따스함이 있다.

그 따스함이란 마치 위로와 같다. 동정심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위로.


그의 열정도 그렇다.

이성을 잃지 않은 그러나 결코 이성적일 수 없는 열정.


그의 목소리는 편협한 세상에 대한 작은 거인의 선물이다.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재즈 앨범 제작 스케치 다큐 (3분 2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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